(출처-조선일보 2015.10.31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갑술년 가을 황량한 들녘에는 쭉정이뿐 | 甲戌秋 秕稗荒原嫠婦摘 (비패황원이부적) (조도소수이동훤) (만전병수무인관) (장독황우자흘탄) (장포병무화서입) (일사군작조황촌) (한수홀홀포서와) (회사림풍위엄문) |
초원(椒園) 이충익(李忠翊·1744~ 1816)이 갑술년(1814) 가을에 시를 썼다.
이해 가을을 시로 써 남겨야겠다는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제목이다.
이해는 유례없는 가뭄에 대홍수가 겹쳤다. 영남 지방이 가장 심했고, 그가 머물던 경기도는 사정이 한결 나았다.
그래도 누런 황금빛 물결 대신 황량한 들판이 펼쳐지기는 다름이 없었다.
가을걷이할 곡식이 없는 들판에 농부는 보이지 않고 과부와 아이들과 황소와 참새, 그리고 바람만이 휑·하다.
이백년 전 전국을 휩쓴 흉년의 농촌 풍경이다.
황량한 들판이 눈에 들어오자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더는 바라볼 수 없어 싱숭생숭할 때 마침 불어온 바람이 문을 쾅 닫아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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