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10.24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실록 편찬을 마치고 오늘에야 오랜만에 화산을 다시 보고 |
實錄畢役 還家有賦 久矣今朝見華山(구의금조견화산) |
순조 연간의 저명한 여항시인 소은(素隱) 김희령(金羲齡)이 지었다.
1835년부터 1838년까지 만 4년 동안 진행된 순조실록 편찬 작업에
참여하고 귀가하였다.
역사에 길이 남을 국가적 편찬 사업에 규장각 서리(書 吏)로
참여하였으니 얼마나 영광스럽고 뿌듯한가?
보람찬 일을 했다고는 하나 지나고 나니 환몽(幻夢)이다.
부러워하는 남들의 시선도 다 부질없다.
오랜만에 집에 틀어박힌 채 뒹굴다가 산책도 해보니
내게 여유와 행복을 주는 공간은 집밖에 없다.
내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벗들이 찾아와 이것저것 묻겠지.
그러나 나는 달라진 것 하나 없는 옛날의 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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