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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천의 시시각각] 2015 두 도시 이야기/[사설] 쇠파이프·횃불 등장한 불법시위, 이게 법치국가인가/

바람아님 2015. 11. 17. 11:02

[권석천의 시시각각] 2015 두 도시 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2015.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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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천
사회2부장

 

“최고의 시간이었고,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시대였고,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였고, 불신의 세기였다… 우리 모두 천국으로 가고 있었고, 우리 모두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두 도시 이야기』, 창비)

 찰스 디킨스 소설의 첫 문장 그대로였다. 프랑스 파리와 대한민국 서울, 2015년 11월 두 도시의 풍경은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파리. 도시는 공포와 전율에 장악당했다. 극장 앞엔 희생자의 주검이 하얀 천에 덮여 있다. 보도 위 신발들이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생존자들은 부둥켜안고 서로를 확인한다. 축구 경기장의 관중은 스타디움 잔디밭에 우두커니 서 있다. 자유, 평등, 박애. 삼색의 국기는 불안하게 펄럭이고 있다.

 서울. 도시는 깃발과 차벽(車壁)에 점령당했다. 경찰버스들이 텅 빈 광장을 겹겹이 에워싼 가운데 시위대는 버스 바퀴에 밧줄을 걸고 줄다리기를 한다. 사다리, 쇠파이프로 차창을 두들기고 깨뜨린다. 경찰은 그들을 향해 캡사이신 물대포를 끊임없이 쏘아대고 있다. 도로는 온통 하얀 최루액 범벅이다. 그 위로 시위 참가자가 거센 물줄기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파리. “알라는 위대하다.” 테러범들의 외침 속에 인간의 삶은 보이지 않았다. 같은 신(神)을 신앙하지 않는 자는 혐오스러운 존재, 청소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이제 곧 프랑스인들은 2001년 9·11 테러 때 미국인들이 직면했던, 곤혹스러운 질문 앞에 서게 될 것이다. 톨레랑스(관용)를 지킬 것인가, 혐오를 학습할 것인가. 내 가족을 죽이려는 사람을 고문할 것인가, 고문하지 않을 것인가.

 서울. “박근혜 퇴진하라.” “폭력시위 중단하라.” 거친 목소리가 광장을 지배하고 있다. 나머지 목소리들은 설 곳을 잃었다. 공론의 장은 확신과 증오라는 두 개의 감정으로 압축돼 가고 있다. 한국 사회를 가로막은 물음은 이것이다. 대화는 가능한 것인가. 결국 힘과 힘으로 맞서야 하는가. 소통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단절된 것인가.

 파리. 아일란 쿠르디란 이름의 시리아 난민 시신이 터키 해안에서 발견됐던 게 불과 두 달 전이었다. 빨간 티셔츠를 입고 웅크린 채 숨진 세 살 꼬마의 조그만 몸이 휴머니즘의 불씨를 되살렸다. 이번 테러의 탄착점은 정확하다. 그 작은 불씨를 꺼뜨리려는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죽느냐 사느냐, 패닉(공포)에 빠지면 포유류의 뇌는 파충류의 뇌로 변하고 만다.”

 서울. 집회의 자유를 차벽으로 봉쇄하는 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은-시인 김광균의 표현처럼-망명정부의 지폐가 되어 거리를 굴러다니고 있다. 과격 시위에 물대포를 사용하는 것이 불법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쓰러진 시위 참가자를 조준해 계속 물대포를 쏘는 건, 그를 구조하려는 참가자들에게 물대포를 직사(直射)하는 건 정당한 법집행이 아니다. 단순히 현장 경찰관이나 간부 한두 명의 잘못일까. 강경 진압만이 ‘진실한 대응’이란 믿음이 정부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기 때문 아닐까.

 파리, 그리고 서울. 두 도시는 묻고 있다. 역사는 과연 진보하는가. 파리가 종교전쟁 시대로 돌아가느냐는 갈림길에 서 있다면 서울은 1970~80년대로 복귀하느냐는 기로에 서 있다. 분명한 건 ‘어리석음의 시대’ ‘불신의 세기’의 낡은 운영체제(OS)로는, 맹목과 혐오의 키워드로는 세상을 한걸음도 나아가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진정한 위정자라면 ‘퇴진’ 구호에 과민 반응하는 대신 그 안에 담긴 시민들의 절박한 마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자신의 진실이 중요하다면 그만큼 다른 이들의 진실도 소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두 도시 이야기』는 예언과 함께 막을 내린다. “나는 진정으로 자유롭게 되려는 그들의 투쟁과, 승리와 패배 속에서, 앞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이 시대의 악과, 그 악을 자연스럽게 낳은 앞선 시대의 악이 점점 스스로 속죄하고 사라지는 것을 본다.” 이것이 두 도시의 스산한 거리가 지금 우리에게 말하려는 위로이자 진실이기를, 나는 소망한다.

#Pray for Paris. #Pray for Korea.

권석천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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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쇠파이프·횃불 등장한 불법시위, 이게 법치국가인가

서울신문 2015-11-16

 

대규모 시위가 열린 지난 주말 서울의 광화문 일대는 한마디로 ‘난장판’이었다. 민주노총·전교조 등 53개 단체로 구성된 ‘민중 총궐기 투쟁본부’가 주도한 그제 시위는 그야말로 무법천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폭력과 불법이 난무했다. 시위대는 쇠파이프로 경찰차를 내리치고, 차벽을 향해 횃불을 던졌다. 경찰은 캡사이신과 물대포를 뿌리며 강공 진압으로 맞섰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은 60대 노인이 뇌출혈로 의식불명 상태까지 가는 불상사도 있었다. 시대가 바뀌어도 1980년대 시위 현장과 전혀 다를 바 없는 광경에 할 말을 잃는다. 이게 과연 법치국가라고 할 수 있는지 부끄럽기 짝이 없다.

시위에 참가한 인원은 8만여명(경찰 추산)으로 2008년 광우병 촛불 집회 이후 최대 규모라고 한다. 집회와 시위는 헌법에서 보장된 국민의 권리이다. 하지만 헌법상의 기본권이라 하더라도 이런 불법·과격 시위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마침 이날은 서울 소재 11개 대학에서 10만 명 이상의 수험생이 대입 논술 시험을 치르는 토요일이었다. 무단 도로 점거와 소음 등으로 시민의 일상을 망쳐놓고 그것도 모자라 수험생들과 학부모들까지 마음 졸이게 한 시위라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시위 참가자들은 처음에는 노동개혁 및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비정규직 보호 등을 요구했다. 진보 단체들로서 내세울 수 있는 이슈들이고, 국민들의 공감을 살 부분도 없지 않다. 하지만 과거 시위꾼들의 전형적인 레퍼토리인 정권을 뒤엎자는 그들의 외침은 시위의 명분과 목적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집회에 참가한 53개 단체 중 ‘통진당 해산을 반대’하는 단체 19곳과 법원이 이적단체로 규정한 민족자주평화통일중앙회의, 범민련 남측본부 등 2곳이 포함된 것만 봐도 그렇다.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시키려 한 통진당의 해산을 반대하고, 그 주범이자 내란 음모혐의까지 받은 이석기를 석방하라는 해괴망칙한 정치적 구호까지 등장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통진당은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폐지 등 대한민국을 파괴하려는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과 맥을 같이해 온 정당이라 할 수 있다. 헌정 사상 최초로 정당 해산이 이뤄진 이유다. 그런데 이런 통진당 세력의 부활을 소리 높여 외치는 것은 우리 법질서와 공권력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으며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다.

이런 과격시위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먼저 불법적인 폭력 시위를 용인하지 말아야 한다. 툭하면 정권퇴진 운운하며 흉기나 다름없는 쇠파이프·횃불을 들고 시위를 해야 하나. 경찰도 과잉 진압 논란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과격 시위가 과잉 진압의 빌미가 됐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경찰은 공권력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시위 농민이 사망한 데 대해 대국민 사과했던 일이 있지 않은가. 정부는 어제 담화문을 내고 “불법 시위 관련자에 대해 엄벌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말로만이 아니라 폴리스라인을 벗어나면 국회의원이라도 수갑을 채우는 미국처럼 철저하게 ‘무관용의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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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도심 폭력 시위…법치에 대한 도전 용납해선 안된다

한국경제  2015-11-16

 

주말 서울 광화문일대가 끝내 불법 폭력 시위로 얼룩졌다. 이른바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한 시위대(주최 측 추산 13만명, 경찰 추산 6만8000명)가 노동개혁, 쌀값폭락, 역사교과서 국정화, TPP 등에 대한 반대를 주장하다가 광화문 광장에 집결해 청와대로 행진하려는 것을 저지하던 경찰에 무력을 행사한 것이다. 경찰 버스를 각목과 접이식 사다리로 파괴하고, 밧줄로 묶어 끌어내리고, 경찰을 향해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보도블록을 깨 벽돌을 던지는 등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횃불까지 등장했다. 경찰은 물대포로 대응해 결국 경찰 100여명과 시위대 수십명이 부상을 당했고, 경찰차량 50여대가 파손됐다. 경찰은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50여명을 연행해 이 중 49명을 입건했다.

기어이 우려하던 사태가 벌어졌다. 한밤중 도심이 무법천지가 됐다. 경찰은 애초부터 광화문 광장 집회를 불허했다. 이곳 집회 자체가 불법이었다. 더구나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무력까지 행사했다. 공권력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다. 어제 법무부 장관이 담화문에서 강조한 대로 단호하게 엄벌에 처해야 마땅하다. 경찰은 불법집회 주최자와 폭력행위 가담자 전원을 끝까지 추적해 엄단하고, 경찰버스 등 장비를 파괴하고 경찰에 손상을 입힌 단체와 행위자에 대해 손해배상 추진 등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공권력을 무력화하고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불법 행위들이 끊임없이 벌어진다. 이번 집회를 주최한 단체들은 평화집회 탄압 운운했지만, 결국 경찰에 폭력을 휘둘렀다. 광화문 일대 자영업자의 영업중단, 서울과 주변 일대의 극심한 교통 정체 등 직간접적인 피해 또한 막대하다.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법과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불법행위일 뿐이다. 선진국들은 폴리스라인을 넘어서는 순간 불법행위로 간주해 경찰이 즉각 체포하는 등 엄단한다. 법치를 파괴하는 불법행위는 절대로 용납해선 안 된다. 법치만이 말 없는 대다수 국민을 보호한다. 그래야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