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8.23 김대식 KAIST 전기 및 전자과 교수)
수학자이자 철학자였던 버트런드 러셀과 A.N. 화이트헤드의 '프린키피아 마테마티카'
(Principia Mathematica, 1910~1913)는 기초 집합론을 시작으로 순수 수학을 정의한 최고 난이도의
책이다. 특히 362쪽에 가서야 드디어 '1+1=2'라는 사실을 증명해 독자들을 난감하게 하기도 한다.
읽기 어렵기는 제임스 조이스의 '피네간의 경야'(Finnegan’s Wake)도 마찬가지다.
읽기 어렵기는 제임스 조이스의 '피네간의 경야'(Finnegan’s Wake)도 마찬가지다.
20세기 영문권 최고의 걸작이자 가장 어려운 책 중 하나로 알려진 '율리시즈'를 완성한 조이스는
새로운 책을 시작한다.
율리시즈의 주제가 행동과, 계획과, 후회와, 희망으로 가득한 인간의 긴 하루였다면,
'피네간의 경야'는 우리의 밤을 소개한다.
비이성과 비합리로 가득한 인간의 밤. 그만큼 책은 이해불가능한 문장과 단어들로 가득하다.
그런데 '프린키피아'와 '피네건'보다 더 읽기 어려운 책이 한 권 존재한다.
그런데 '프린키피아'와 '피네건'보다 더 읽기 어려운 책이 한 권 존재한다.
바로 이탈리아 디자이너 루이지 세라피니(Luigi Serafini)의 '코덱스 세라피니아누스'다.
에토레 소사스, 알레산드로 멘디니, 안드레아 브란치 같은 디자인 거장들이 활동하던 밀라노 출신의 세라피니는
그 어느 디자이너보다 더 큰 꿈을 꾼다. 바로 자신만의 세상을 디자인 하는 것이었다.
19세기 말 '아르 누보'(Art Nouveau), 20세기 초 '바우하우스'(Bauhaus), 그리고 20세기 후반 '멤피스'(Memphis)파
19세기 말 '아르 누보'(Art Nouveau), 20세기 초 '바우하우스'(Bauhaus), 그리고 20세기 후반 '멤피스'(Memphis)파
디자이너들 모두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본질적 한계를 하나 가지고 있었다: 세상은 이미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미 정해진 자연의 법칙과 문명은 창의성의 한계가 되기에, 진정으로 새로운 것은 불가능하다.
세라피니의 해결책은 과감하다.
세라피니의 해결책은 과감하다.
'코덱스'를 통해 그는 새로운 자연의 법칙, 물리학, 화학, 생물학과 새로운 생명의 기원,
도시, 인간, 동물, 식물, 사랑, 전쟁을 소개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자신이 만들고 자신만 읽을 수 있는 새로운 언어와 글을 통해 설명된다.
저자 외에는 그 아무도 읽을 수 없는 책. 하지만 읽을 수 없고 이해할 수 없기에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 존재하지 않는 것들의 백과사전.
바로 루이지 세라피니의 '코덱스'다.
Luigi Serafini “Codex Seraphinianus” Rizzo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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