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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인의 핵심은 예맥… 중국에 속한 적 없다"

바람아님 2015. 11. 25. 08:20

(출처-조선일보 2015.11.25 이선민 선임기자)

[김한규 서강대 명예교수 '동아시아 역사 논쟁' 발간]
한국·티베트·베트남·몽골 등 7개 민족과 중국의 역사 분쟁 객관적·다원적으로 정리한 책

'동아시아 역사 논쟁'역사학자 김한규(65) 서강대 명예교수의 주 연구주제는 전통시대 동아시아를 규정해온 
'중국적 세계질서'이다. 그는 은사 전해종(96) 서강대 명예교수에게서 물려받은 학문적 
화두를 잡고 평생을 씨름하며 '고대 중국적 세계질서 연구'  '고대 동아세아 막부체제 연구' 
'천하국가-전통시대 동아시아 세계질서' 등의 저서를 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중국의 주변 지역에도 관심을 가져 '한중관계사' '티베트와 중국' 
'요동사' 등의 연구서도 썼다.

'동아시아 역사 논쟁'(소나무·사진)은 김 교수가 정년퇴임을 맞아 그동안의 학문적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티베트·베트남·타이완·위구르·몽골·일본 등 7개 민족과 중국의 역사 분쟁을 
정리한 책이다. 이 민족들은 중국의 변강(邊疆)에 위치하며 중국과 역사 논쟁을 벌이고 있고 
그중 상당수는 영토 분쟁과도 연결돼 치열하게 대립한다. 
이 분쟁들은 중국 정부가 56개 민족으로 이뤄진 '통일적 다민족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중국사의 범위는 현재 중화인민공화국의 영토를 범주로 한다"는 방침을 중국 학계가 충실히 
따르면서 발생했다.

중국과 주변 민족들의 역사 분쟁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이 책은 당사자 모두에게 불편하다. 
근대국가 간의 관계와 달리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전통시대 동아시아 국가 간의 관계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정치에 복무하는 역사'가 보여주는 일면(一面)의 진실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유기적이고 다원적인 관계는 낯설기 짝이 없다. 
역사를 놓고 분쟁을 넘어 전쟁을 벌이는 입장에서는 이런 분석이 전투력을 약화시키며 때로 이적(利敵) 행위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도 적을 알아야 한다. 
역사 논쟁의 핵심 쟁점을 파악하는 데 냉철한 학문적 접근은 빛을 발한다.

이는 한국과 중국 간 고구려사 논쟁도 마찬가지다. 
김 교수는 고구려사 논쟁의 쟁점을 ①고구려인의 기원 ②고구려의 강역 ③조공·책봉 관계 
④고구려와 수·당 전쟁의 성격 ⑤고구려 유민 ⑥고려와 고구려의 관계로 요약한다.

중국과 한국은 모두 예맥(濊貊)이 고구려인의 핵심이라는 데 의견이 같지만 중국은 중국의 고(古)민족으로, 
한국은 한민족의 양대 근간 중 하나로 본다. 
김 교수에 따르면 요동에 위치했던 예맥은 중국 역사공동체에 속한 적이 없고, 
한반도의 '한인(韓人)'과도 구별되는 역사공동체였다.

중국 왕조와 고구려의 책봉·조공 관계에 대해 중국은 정치적 예속을, 한국은 문화적·경제적 의미를 강조한다. 
김 교수는 전통시대 동아시아의 종번(宗藩·종주국과 제후국)체제는 불평등하지만 독립적인 관계로 정치적 성격이 있긴 해도 
국가 내의 통치체제와는 구별된다고 본다.

고구려와 수·당의 전쟁은 중국의 내전도, 중국과 한국의 국제전쟁도 아니고 중국 국가와 요동 국가의 전쟁이라고 
김 교수는 말한다. 또 고구려 유민의 거취와 역사적 계승의식이 중요한데 이런 점에서 수치를 통해 주장을 입증하려는 
한국 학계의 노력이 중국 학계보다 부족하다고 본다.

김한규 교수는 "이런 사실(史實)적 접근이 동북공정에 의한 고구려사 논쟁을 논리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