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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주의 흑서] 식민주의의 내적구조를 밝히다

바람아님 2015. 11. 24. 11:31
식민주의 흑서. 상권 : 16~21세기 말살에서 참회로  712쪽. 3만원.
저자 : 마르크 페로 책임편집 ;고선일 옮김 | 발행사 : 소나무 | 
발행년도 : 2008 

'식민주의 흑서' 출간

"오늘날 20세기의 독실한 그리스도 교도인 부르주아 백인이 히틀러에게 
분노하는 것은 범죄 자체나 인류에 대한 모욕 때문이 아니라 
범죄가 백인을 대상으로 저질러졌다는 점 때문이다. 
이전까지 아랍인, 인도의 쿨리 노동자, 아프리카 흑인에게만 적용했던 
식민주의적 행태를 유럽에 적용했다는 사실이 
백인에게 거부감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

서인도제도 프랑스령 마르티니크 출신으로 시인이자 정치가인 
에메 세제르가 내뱉은 이 말은 식민을 경험한 이들에게 식민주의의 상처가 
그만큼 컸음을 보여준다.

식민주의 시대는 끝났다. 하지만 그 유산은 여전하다. 
일제의 식민지화를 거친 한국도 과거사 청산 문제는 항상 사회적 논란 거리다. 게다가 역사교과서, 독도 문제는 외교문제로까지 비화, 복잡하기 그지없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역사학 잡지 '아날'의 공동 편집인 마르크 페로가 엮은 
'식민주의 흑서'(소나무 펴냄)는 식민주의의 내적구조를 밝힌 책이다. 
'흑서'(黑書)란 비판과 폭로를 목적으로 하는 책을 의미한다. 
파프 엔디에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 교수, 카르멘 베르낭 파리10대학 
교수 등 15명의 필진이 참여했다.

저자들은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에서 벌어진 식민주의 잔혹사를 추적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악행 목록이 진부함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원천 자료, 기사 등을 뽑아서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또 식민지 근대화론과 식민지 수탈론도 조명한다. 
저자들은 인도의 발전이 가능했던 건 철도와 댐을 놓고, 학교를 세운 후 민주주의를 가르친 영국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식의 식민지 근대화론을 대부분 비판한다. 다만 극단적인 수탈론에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한다.

식민당국의 의도와는 달리 엇나간 정책도 조명한다. 
대표적 사례가 프랑스 정부가 알제리에서 실시한 종교 분리 교육. 
프랑스 정부는 이슬람 종교의 확산을 막고 식민 지배를 강화하기 위해 종교를 교육에서 분리시켰으나 그 결과, 
봉건사상에서 탈피하고,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주창하는 독립투사들이 대거 등장하게 됐다. 
식민지배를 공고히 하려던 프랑스로서는 부메랑을 맞은 셈.

식민주의 흑서는 상.하권으로 기획됐으며 상권만 번역돼 출간됐다. 
출판사는 2011년까지 하권 번역을 마무리해 완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