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9.05 식 KAIST 전기 전자과 교수)
곰곰이 생각해보면 볼수록 화가 난다.
아무리 기억해 보아도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겠다고 단 한번도 동의하거나 허락해준 적이
없으니 말이다. 어느 날 그냥 눈을 떠봤더니 지구, 대한민국, 우리 집에 태어나 있었던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동의 없이 태어난 세상에 살아야 하는 것도 서러운데 거기에 세상, 대한민국,
가족의 모든 규칙과 조건은 먼저 태어난 사람들을 통해 정해져 있었다.
아직 뇌가 발달되지 않고, 교육도 받지 못한 상태였기에, 우리는 선택하지도 않은,
단순한 우연의 결과인 전통과 규칙을 필연이라 착각한다.
우리는 이렇게 한국인, 미국인, 일본인으로 열심히 살기 위해 바둥거릴 뿐이다.
어쩌면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conditio humana, 인간의 조건이겠다.
말도 안 되는, 믿고 싶지 않은 조건으로 삶을 시작하는 인간. 그렇기에 우리는 언제나 질문해왔다.
말도 안 되는, 믿고 싶지 않은 조건으로 삶을 시작하는 인간. 그렇기에 우리는 언제나 질문해왔다.
우리는 누구이고,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
종교, 철학, 예술, 과학. 모두 코미디 같은 인간의 조건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노력일 뿐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삶, 우주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대한 대답”은 과연 무엇일까?
질문이 있으면 구글을 검색하는 것이 21세기의 진리다. 왜? '구글신'은 모든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질문이 있으면 구글을 검색하는 것이 21세기의 진리다. 왜? '구글신'은 모든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글에게 물어보자,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대답(the answer to life, the universe and everything)은 무엇이냐고".
엔터 키를 누르자마자 화면에 답이 뜬다. 답은 바로 “42”라고. 구글신을 믿지 못한다면, 이번엔 애플 '시리(Siri)',
마이크로소프트 '코르타나(Cortana)' 아니면 아마존 '에코(Echo)'에게 물어보자.
도대체 “삶에 의미는 무엇이냐고?”(what’s the meaning of life?). 역시 답은 매번 동일하다.
42가 삶의 의미이며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대답이란다.
영국 방송작가이자 소설가였던 더슬러스 애덤스(1952~2001)의 책
영국 방송작가이자 소설가였던 더슬러스 애덤스(1952~2001)의 책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미국, 유럽 과학기술자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책 가운데 하나다.
공상과학이자 철학이고 코미디인 책은 우주 고속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파괴된 지구를 탈출한 평범한 주인공이
은하수를 히치하이킹 하며 경험하는 이야기들이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스토리가 바로 '42'의 진실이다.
우주의 모든 존재들은 언제나 우리와 같은 질문은 해왔다는 사실을 지구인은 알게 된다.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 도대체 왜 살아야 하는가? 이 모든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끝없는 논쟁과 질문에 진저리가 난 똑똑한 외계인들은 먼 과거에 'Deep Thought'라는 거대한 컴퓨터를 설계해 드디어
답을 얻으려 한다(1989년 세계 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IBM 컴퓨터 'Deep thought'의 이름 역시 이 책에서 나왔다).
750만 년 후 드디어 계산을 끝낸 Deep Thought는 말한다.
750만 년 후 드디어 계산을 끝낸 Deep Thought는 말한다.
답은 '42'라고. 삶의 의미가 42라고?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답이 42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Deep Thought는 설명한다. 우주의 모든 것에 대한 답은 분명히 42지만,
그 모든 것에 대한 질문 역시 찾아야 한다고.
하지만 그 계산은 너무나도 어렵기에, 자신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하고,
대신 '지구'라고 불리는 새로운 컴퓨터를 설계해 주겠다고.
결국 인간을 포함한 모든 지구 생명체의 인생 그 자체는
삶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추구하는 계산과정이었던 것이다.
웃으면서 생각하게 되고, 울다가 다시 웃게 되는 애덤스의 책을 미래를 걱정하고
삶의 의미를 질문하는 대한민국 모든 청소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더글러스 애덤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책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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