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신경과학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이성진(39·남)박사는 "5년 뒤, 10년 뒤에도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안정감'과 '내 연구'를 할 수 있는 독립성이 필요하지 않을까요?"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국에서 안정적인 직장의 수는 점점 줄어드는데 반해 이를 원하는 박사급 인력의 수는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에서는 해외로 나간 인재들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지만 현실적인 부분을 생각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직장의 수는 점점 줄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있는 대학과 연구소, 기업은 해외에 있는 우수 한인 과학자들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해도 오지 않는다고 아우성이지만 거꾸로 해외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인 과학자들은 한국에 갈 만한 '자리'가 없다고 토로한다.
특히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포스닥(박사후연구원)으로 세계 일주'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돌 정도로 박사급 인력이 비정규직으로 전전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설립돼 조금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갈 곳이 부족한 것은 여전하다. 이 같은 간극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두뇌유출 지수는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인재 유출이 심각한 이유에 대해 과학기술계에서는 고급 인력을 유인하고 정착시킬 수 있는 연구 환경이 국내에는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IBS의 김진수 단장도 "90년대만 해도 해외에서 공부하는 한인 과학자의 80%는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했다"며 "한국이 부족해도 많이 들어왔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재익씨(38·남)는 "우수 인재들이 원하는 첫 번째 직장은 바로 '교수'"라며 그 이유는 "원하는 연구를 독립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창의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재미 한인 과학자들은 입을 모았다. 도전적인 연구를 하되 실패한다 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UC버클리에서 박사과정 재학 중인 김준연씨(24·남)는 "한국은 승자독식 사회로 한 번 실패하면 끝이라는 인식이 있다"며 "이곳은 실패해도 길이 있고,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이 퍼져 있다"고 했다. 이성진 박사는 "한국에서는 될 것 같은 연구에만 지원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안 될 것 같은 연구에 투자하는 기업, 연구소, 대학이 많아져야 기초과학 발전은 물론 우수 인재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에서는 연구과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성과가 없을 경우 다음 과제 연구비를 받기 어렵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창의적인 연구 보다는 성공이 가능한 연구에만 매달리면서 창의적인 연구가 나오기 어렵다는 얘기다.
[샌프란시스코=·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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