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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로] 국영수보다 중요한 체력, 大入에 반영을

바람아님 2015. 12. 8. 08:07

(출처-조선일보 2015.12.08 김민철 논설위원)


김민철 논설위원최근 본 기사 중에서 잊히지 않고 계속 머리에서 맴도는 기사가 하나 있다. 
고3 학생들 키가 10년 전보다 작아졌다는 기사다. 
'2015 서울교육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고3 평균 키가 남학생은 2004년 173.6㎝에서 지난해 173.4㎝로, 
여학생은 161.8㎝에서 161㎝로 줄었다는 것이다. 
자료를 더 찾아보니 최근 10년 사이 몸무게는 고3 남학생이 68.4㎏에서 69.6㎏으로, 
여학생은 54.8㎏에서 56.7㎏으로 상당히 늘었다. 
왜 학생들 키는 더 크지 않고 몸무게만 느는 것일까.

유전적 한계 아니냐는 해석도 있지만 학생들이 운동을 하지 않기 때문임을 빼놓고 분석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교육은 지·덕·체 조화 교육을 포기한 지 오래다. 
청소년기에 적절한 운동으로 성장판을 자극해주어야 하는데 학생들이 교실과 학원만 오가느라, 
그나마 시간이 좀 생기면 컴퓨터·스마트폰 하느라 땀 흘려 운동할 시간이 없다. 
국영수 성적만 중시하다 보니 학생들 체질이 허약해진 것을 넘어 평균 키가 줄어드는 서글픈 현실에 이른 것이다. 
특히 여학생들은 땀 흘리는 것을 끔찍이 싫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결과가 최근 10년 사이 키는 0.8㎝ 줄고 
몸무게는 1.9㎏ 늘어난 통계에 잘 나타나 있다.

돌이켜보면 우리 고3 때는 억지로라도 일주일에 두세 번 운동장에 나가 땀을 흘려야 했다. 대입 체력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100m 달리기, 제자리멀리뛰기, 턱걸이(여학생은 팔굽혀 매달리기), 윗몸일으키기, 던지기, 오래달리기 등 6개 종목을 
테스트해 20점 만점으로 대입 학력고사에 반영했다. 기본 점수가 있어서 점수 차이가 최대 4~5점에 불과했고 
대부분 만점을 받았다. 그래도 그것 때문에 운동장에 나갔다. 교실에만 앉아 있다가 운동장에 나가 땀을 흘리면 그렇게 
기분이 상쾌할 수 없었다. 괜찮은 제도였던 대입 체력장은 오래달리기를 하다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1994년 폐지됐다.

청소년기에 일주일에 한두 번 억지로라도 땀을 흘리는 것과 가만히 책상에만 앉아 있는 것은 신체 발달은 물론 
공부 효율 면에서도 하늘과 땅 차이일 것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체육시간을 늘려도 자율학습시간 등으로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대입 전형 간소화 정책 영향으로 체육 성적은 입시에 반영하는 대학이 거의 없기 때문에 운동장에서 
체육 수업을 하려고 하면 학부모들이 항의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대학 입시에 체력장을 부활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사교육 유발, 공정한 평가 문제 등 때문에 정 어렵다면, 지금도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학생건강체력평가시스템(PAPS)을 보완해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그 결과를 학생부에 기록하게 해서 대학들이 입시에 
반영하도록 권장하는 것이다. 
하다못해 체력평가시스템 결과를 동점자 처리 기준으로 활용하게 해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 같다.

어른들이 잘못 만  든 제도 때문에 창백한 얼굴로 새벽에 등교했다가 밤 12시 전후로 귀가하는 아이들을 보면 
그렇게 안쓰러울 수 없다. 아이들 키가 줄어드는 상황에 이르렀는데도 아무것도 손대지 않고 그냥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죄를 짓는 일이다. 청소년들이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땀을 흘릴 기회를 주는 것이 
그나마 지금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 보완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