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안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기도의 도량인 종교시설에 경찰이 투입되는 사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자비를 내세우는 조계사로서 제 발로 들어와 보호를 요청한 '중생'을 쫓아내거나 경찰에 넘기기 어렵다는 사정도 이해가 간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조계사와 신도들은 그간 고심을 거듭했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보루인 법의 지배를 관철하기 위한 적법 절차에 따른 법 집행은 불가피하며, 종교 시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공권력이 무기력해서도 안 된다.
한상균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1차 민중 총궐기' 당시 불법·폭력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이미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경찰은 한 위원장 체포에 나섰으나 지난달 16일 조계사로 피신하는 바람에 24일째 영장 집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평등한 법 집행에도 어긋난다. 과거 군부독재 시절에는 조계사나 명동성당이 정치적 억압을 받는 양심범의 피난처 역할을 했고 국민도 이에 호의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평화적인 집회·시위를 강권으로 억압하고 군사정권의 폭압이 판을 치는 시대가 아니다. 60여만 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강성 노조의 대표인 한 위원장을 두고 양심범이나 사회적 약자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민주노총은 경찰이 한 위원장 검거에 나서는 즉시 총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민주노총이 강력하게 반발할 경우 경찰과의 충돌이 우려된다. 하지만 지난달 14일의 서울 도심 '무법천지'가 재발된다면 국민의 지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강경 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강력한 투쟁이 선명성 부각이라는 측면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조직의 장기적 발전과 국민의 신뢰라는 측면에서는 잃는 것이 훨씬 많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성장률 저하로 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청년실업이 심각하다. 경제가 난국에 처한 지금 민주노총의 '대안 없는 투쟁'은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다. 민주노총이 반대하는 정부의 노동개혁 문제는 노사정 대화나 국회 등 공론의 장을 통해 해결해야지 거리 투쟁으로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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