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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The Column] 오합지졸 대북 정책이 키워 온 北核 위협

바람아님 2016. 1. 18. 10:52

(출처-조선일보 2016.01.18 김태효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北에 대한 오판은 무지에서 비롯
'합의하면 지켜진다' 이상론은 '정권만 유지하면 된다'는 北 전제주의 정치에 적용 안 돼
갖가지 무사안일주의 대북정책이 시대 거스르는 北 퇴행 불러

김태효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그것 봐요. 제가 말했잖아요 (I told you)." 
옳은 지적을 해도 이를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않아 일을 그르치게 되었을 때 흔히 쓰는 말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인 관계를 조언하는 상담가들은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에게 이 말을 되도록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이미 일어난 결과를 되돌릴 수 없게 된 마당에 상대방의 자존감만 건드리고 
대인 관계는 악화될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사사로운 인간관계 차원이 아니라 나라의 안위가 걸린 북한 핵 문제에 관해서만은 
과거의 잘잘못을 거론해야 할 듯싶다.

1992년 북한의 초기 핵 프로그램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 당시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는 영변 핵 시설 타격까지 검토하면서 
초장에 북핵 폐기를 관철하려 했다. 
그러자 김영삼 정부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겁을 먹고 이를 뜯어말렸다. 
하지만 당시 미국의 엄포에 누구보다도 겁을 먹었던 쪽은 북한의 김일성이었다. 
그런데 협상 테이블에 나온 미국이 엄중한 압박 카드를 단념한 것을 알게 된 북한은 17개월에 걸친 지루한 공방을 거쳐 
1994년 10월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낸다. 많은 사람이 북한의 핵 동결 약속에 환호했지만 한국이 13조 비용의 대부분을 대서 
경수로를 짓고 미국이 연간 50만t의 기름을 지원하는 동안 북한은 오히려 핵개발을 가속화했다. 
남북정상회담에 공을 들이며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제공한 대북 현찰, 쌀 지원은 북한 정권의 무기 개발과 
엘리트 통치 비용에 활용되었다.

2002년 북한이 플루토늄에 이어 고농축우라늄(HEU) 핵폭탄 제조에까지 손을 댄 사실이 알려지면서 2차 북핵 위기가 시작된다. 
북한이 거친 말을 해 대고 한반도 정국이 요동치니 국민은 좌불안석이다. 이번에는 중국도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다. 
2003년 4월 북한을 억지로 베이징으로 불러내 미·중·북 3자 회담을 해 보지만 여의치 않자 
8월에 한국·일본·러시아가 추가된 6자 회담의 의장국을 맡는다. 
이후 2007년 9월까지 6차 라운드에 걸쳐 아홉 차례 이루어진 6자 회담은 노무현 정부의 재임 기간과 궤를 같이한다. 
2005년 9월의 비핵화 공동성명은 정작 북한의 비핵화에는 아무런 진전을 가져오지 못하고 
나머지 5개국이 중유와 각종 물자를 지원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금강산·개성 관광, 개성공단 사업이 시작되고 또 한 차례의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한국 국민은 한반도의 '선언적 평화'에 
잠시 안도하는 대가로 이들 사업을 통해 김정일 지도부가 원한 현금과 전략 물자를 계속 공급해준 셈이었다.

탄도미사일은 핵탄두를 실어 나른다는 점에서 핵과 미사일은 동전의 앞뒤 관계다. 
1998년 이후 이제까지 북한은 핵실험을 네 차례,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다섯 차례 실시했다. 
이 중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이루어진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가 각 두 차례임을 감안하면 
3대에 걸친 북한 지도부의 핵 고집은 요지부동인 듯하다. 
북한에 대한 오판은 북한 정권의 생각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 
주면 되돌려받고, 합의하면 지켜진다는 이상론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정권만 유지하면 된다는 
북한 특유의 전제주의 정치에 적용되지 않는다. 
만약 북한 대남 정책의 본질을 알고도 이에 호응한다면 단기적인 '남북 관계 개선'을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흥행에 쓰고자 하기 때문이다.

남북 대화라면 내용에 관계없이 무조건 평화로 포장하고, 
"북한과의 협상에서 진전을 보려면 다른 손에 압박카드를 쥐고 있어야 한다"고 하면 무조건 강경파로 몰아붙이던 사람들은 
지금 어디로 갔나. 북한 주민을 지원하는 것과 북한 정권을 만족시키는 것을 혼동해 국민 세금을 엉뚱한 곳에 쓰면서 
다시 표를 달라고 했던 정치인들은 지금 무엇을 하나. 
홧김에 한국이 핵무장을 하겠다고 나서면 국제사회의 핀잔만 얻을 텐데, 유일한 대안인 한·미 미사일 방어망 체계를 두고 
"중국을 불편하게 하면 일을 그르친다"며 만류하던 전문가들은 우리의 안보보다도 중국의 심기가 그리도 중요하다고 보나.

주변국들이 우리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국익에 충실한 한반도 전략을 구사할 뿐이다. 
1989년 냉전 체제가 해체된 이후 북한만이 시대의 변화를 거스르는 퇴행적 행태를 거듭한 것은 갖가지의 무사 안일주의가 
빚어낸 한국 자신의 오합지졸 대북 정책의 탓이 가장 크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