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10.31 김대식 KAIST 전기 및 전자과 교수)
“러시아, 어디까지 알고 있니?” 러시아는 우리에게 어떤 나라일까?
우선 라스푸틴, 스탈린, 푸틴 정도가 생각날 것이다.
러시아 문학을 사랑한다면 반대로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막심 고리키의 얼굴이 떠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두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다.
하지만 이 모두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러시아는 우리에게 언제나 조금은 어둡고, 진지하다는 점이다.
유머 감각이 없는 러시아.
“쿨 브리타니아”(cool Britannia)를 나라의 슬로건으로 선택한 영국과는 달리 러시아는 쿨 하지 않다.
독일에서 군사 기술을, 네덜란드에서 선박 기술을, 그리고 영국에서 수학을 공부한 황제 표트르 1세
독일에서 군사 기술을, 네덜란드에서 선박 기술을, 그리고 영국에서 수학을 공부한 황제 표트르 1세
(표트르 알렉세예비치 로마노프, 1682-1725)는 러시아를 서유럽화 하려고 평생 노력했다.
새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고대 그리스 로마식 건물로 가득 채우고, 남성들의 긴 수염과 여성들의 치마를 강제로
새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고대 그리스 로마식 건물로 가득 채우고, 남성들의 긴 수염과 여성들의 치마를 강제로
짧게 자르라고 명령한다. 하지만 어떻게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 러시아 같이 거대한 나라를 바꾸어놓을 수 있을까?
표트르의 죽음은 러시아인들에게 영원한 숙제를 하나 남긴다.
표트르의 죽음은 러시아인들에게 영원한 숙제를 하나 남긴다.
아시아와 유럽을 가로지르는 러시아; 서유럽이 되고 싶지만 서유럽이 될 수 없는 러시아; 서유럽의 계몽주의와 민주주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도 자존심이 강한 러시아.
하지만 러시아가 진정으로 “쿨” 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가 진정으로 “쿨” 했던 시기도 있었다.
아니, 러시아가 이 세상 그 어느 나라보다 더 선진이고 앞서 나갔던 시절이 한번 있었다.
1917년 니콜라스 2세가 물러나고 스탈린의 독재가 시작될 때까지 단 10년동안 러시아에선 진정한 “문화혁명”이 일어난다.
말레비치(Malevich), 타틀린(Tatlin), 엘 리시츠키(El Lissitzky)는 현대예술과 디자인의 기반을 구축하고, 아이젠스타인
말레비치(Malevich), 타틀린(Tatlin), 엘 리시츠키(El Lissitzky)는 현대예술과 디자인의 기반을 구축하고, 아이젠스타인
(Sergei Eisenstein)과 프로타차노브(Yakov Protazanov)는 그 누구보다 시각적으로 세련된 영화들을 만들어낸다.
문학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마야코브스키(Vladimir Mayakovsky)의 아방가르드 시,
문학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마야코브스키(Vladimir Mayakovsky)의 아방가르드 시,
다닐 카름스(Daniil Kharms)의 부조리주의적 드라마, 안드레이 플라토노브
(Andrei Platonov)의 존재주의. 그리고 물론 미하일 불가코프를 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문학 역사상 가장 재미있고 웃긴
개인적으로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문학 역사상 가장 재미있고 웃긴
책이라고 생각한다. 러시아 문학이 웃길 수 있다고? 물론 그렇다. 이반 곤챠로브
(Ivan Goncharov)의 “오블로모프”(Oblomov”)만 기억하면 되지 않을까?
스탈린의 독재 아래 완성되었지만, 1960년대에야 드디어 소개된 ‘거장과 마르가리타’.
스탈린의 독재 아래 완성되었지만, 1960년대에야 드디어 소개된 ‘거장과 마르가리타’.
1930년도 모스크바에 갑자기 나타난 사탄과 2000년전 예수그리스도를 심판했다는
폰티우스 필라투스를 동시에 등장시킨 이 책의 유머, 휴머니즘, 그리고 세련됨은
우리가 알고 있는 ‘러시아’와는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미하일 불가코프 (Mikhail Bulgakov)
거장과 마르가리타
민음사
미하일 불가코프 (Mikhail Bulgakov)
거장과 마르가리타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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