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고전·고미술

조오현의 ‘내가 나를 바라보니’

바람아님 2016. 2. 4. 23:28

가슴에 파도가 일 때 내 마음을 바라보면서 읽어 본다.

백담사_무금선원(無今禪院)







오현(1932~현재) 스님은 참선하면서 자기 자신을 살펴보고 “내가 나를 바라보니 기는 벌레 한 마리”라고 하였다. 자기 자신을 스스로 일컬어 좀벌레라고 칭하고 제대로 된 인간 노릇을 하겠다고 다짐한다. 스스로를 경책한 투철한 수행자가 소름이 끼치도록 겸손함과 실천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무심히 무금선원의 뜰에 기어 다니는 벌레의 모습을 보고 불현듯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위대한 발견이다. 돈오이다.


생명의 위대한 모습과 가치를 깨달은 것이다. 나도 한 세상, 벌레도 한 세상이다. 모두가 한 살림 살고자 버둥거리고 꿈틀거리고 있다. 나 살겠다고 남의 살점 갉아먹고, 똥 싸고 알 까고 그렇게 사는 벌레나 인간이나 도긴개긴의 모습을 바라본 것이다.


생명이 있는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아름답고 위대하다. 일체 중생이 불성이 있는 부처이다. 중생이 부처이다. 이것이 부처님께서 ‘열반경’에서 설파하신 깨달음의 말씀이다. 이 시에서 사람이 벌레 같이 무의미한 존재란 뜻이 아니라, 벌레가 나와 같이 소중한 생명을 지닌 동류중생으로 위대한 존재임을 설한 것이다. 인간이나 벌레나 모두 소중한 존재로 이 세상에 와서 각기 한 살림 살아가는 모습이나 가치가 다르지 않다는 깨달음이다.

시인은 짧은 시조 속에서 생존하는 생명의 율동과 생존의 모습을 노래하고 있다.



▲1932년 경남 밀양 출생.
▲6세에 '절간 소머슴'으로 입산, 1959년 조계종 승려가 됨.
▲1966년 등단.
▲현대시조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남명문학상 본상, 한국문학상 등 수상.
▲백담사.신흥사.낙산사 회주.
▲현재, 만해사상실천선양회 고문. 백담사 만해마을 이사장.




[김형중의 내가 사랑한 불교시(17.조오현의 ‘내가 나를 바라보니')全文 바로 가기]

생명 율동과 생존의 모습 노래한 시(출처-법보신문 2015.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