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1.30 안대회·성균관대 한문학과)
내 생애 성 밑의 달팽이집은 바로 내가 사는 집 직함을 예전에 반납해 할 일 없어 홀가분하나 물살이 잔잔한 물굽이에는 물고기가 새끼를 낳고 강호에서 한가로이 사는 정취는 물씬 나기에 | 偶吟 城下蝸廬是我家(성하와려시아가) 官銜已納欣無事(관함이납흔무사) 曲浦波恬魚産子(곡포파념어산자) 閑居飽得江湖趣(한거포득강호취) |
숙종 때의 문인 백야(白野) 조석주(趙錫周·1641 ~1714)가 나이 들어 썼다.
그는 낮은 관직에 오륙 년 있다가 일찍 은퇴하였다.
평생 대부분을 특별한 직업 없이 보낸 그가 생애를 되돌아보았다.
사는 집은 성 안의 오두막이고, 생계는 소출이 적은 박토에 불과하여 참 곤궁한 인생이다.
퇴직하니 홀가분하기는 한데 늘 굶주림에 허덕인다. 여유가 없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죽으란 법은 없다.
물고기가 새끼를 많이 친 물굽이도 잘 알고 있고, 고사리 순이 지천인 산자락도 앞에 있다.
배는 고파도 강호에 사는 멋은 만끽한다. 이 정도 살면 정승보다 낫다고 허세를 부려도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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