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쏘는 민족, 건지는 민족

바람아님 2016. 2. 13. 00:24

[J플러스] 입력 2016.02.12 


정말 대단한 민족이다. 남북 모두 간단치 않다. 분단 70년의 깊은 골에도 불구하고 '우린 같은 민족'이라고 시위하는듯하다.

우선 북녘의 민족. 로켓이냐 미사일이냐 하는 논란은 일단 차치하자. 믿기지는 않지만 100% 자체 기술을 주장하며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 탐탁지 않은 시선으로 지켜본 주변국들도 ‘성공’이란 평가를 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만들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도발적 행태에 대한 비난이나 대북제재 추진과 별개로 기술력만 놓고 보면 경이롭다 할 정도다. 공중제비를 돌며 제 기능을 못한다지만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킨 것도 놀랍다.

 

남녘의 민족도 만만치 않다. 수 백 km를 날아가며 망망대해에 흩뿌려진 발사체 파편을 순간적으로 추적했다. 군 당국은 “1단 추진체는 공중 폭발을 일으켜 270여개의 파편으로 쪼개진 채 동창리 발사장에서 남쪽으로 약 410㎞ 떨어진 서해상에 낙하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심해 바다 속에서 추진체 잔해를 인양했다.

 

발사 당일인 7일 미사일 덮개(페어링) 추정 잔해를 제일먼저 확보했다. 이튿날엔 서해 어청도 서남쪽 해역에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1, 2단 추진체 연결부로 추진되는 잔해물을 식별해냈다고 한다. 이어 11일 새벽 비슷한 위치에서 미사일 추진체 연소가스 분사구로 추정되는 잔해 3점도 인양했다는 얘기다.

사실 발사체 잔해수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 12월 서해상에 떨어진 북한의 장거리 로켓 은하-3호 1단 추진체 잔해도 인양됐다. 길이 7.6m, 직경 2.4m 크기의 원통형 잔해에는 하얀 바탕에 푸른색으로 '은하' 글씨가 또렷했다.

 

쏘는 민족이나, 이를 추적해 심해에서 파편을 건져내는 민족이나 그야말로 놀라운 민족이다. ‘발사 대성공’에 ‘인양 완전 성공’이다. 단군 할아버지가 이 소식을 들었다면 벌떡 일어나 달려오지 않을까 할 정도다.

남북한 민족이 모두 대단하다는 단상 후에 밀려오는 건 씁쓸함이다. 이런 기술력과 유능한 인력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다. 세계 수준의 성과물을 만들어 내는 쾌거가 줄을 잇고 과학,학술 분야 노벨상을 싹쓸이하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도 하게된다.

무엇보다 북녘의 민족을 생각하면 안타까움이 앞선다. 핵과 장거리 미사일(북한은 위성 로켓으로 주장)을 개발하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지만 제대로 된 승용차 한 대 만들어내지 못하는 불균형은 더욱 그렇다.  사회주의 경제의 비효율성에 3대세습으로 점철된 체제의 문제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이런 한계점을 모르는 건지 알면서도 눈감는 건지,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은 ‘김일성 민족’만을 되뇌이며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마치 '단군의 자손'이자 한민족이란 명제를 부인하려는듯 말이다. 

2016년 벽두를 뒤흔든 32살 청년지도자의 도발적이고 퇴행적 행보로 한반도와 주변이 어수선하다. 민족의 명절 설도 묻혀버렸다. 이번에는 돌아오기엔 너무 멀리 발걸음을 내디딘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