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사설] 날로 심각해지는 노인빈곤 이대로 방치할 건가

바람아님 2016. 3. 2. 00:14
국민일보 2016.03.01. 17:54

아픈 무릎 탓에 절룩거리면서 폐지 리어카를 끌고 위태롭게 길을 건너는 노인들을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민간 사회복지 단체에 따르면 도시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이 175만명에 이른다. 이는 청년실업률이 9.5%로 월별 역대 최고를 기록한 지난 1월 청년실업자 수 41만3000명에 정부가 추산하는 니트(NEET)족 최대 규모 100만명을 합친 숫자보다 더 많다. 니트족은 교육이나 훈련을 받지 않고 있는 청년 무직자를 일컫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복지 사각지대인 노인 빈곤이 날로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 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60세 이상 고령층 가구 다섯 가운데 하나가 빈곤층(중위소득의 50% 미만)으로 전락했다. 고령층 가구의 빈곤 진입률은 18.2%로 전체 가구의 평균 빈곤 진입률(8.4%)의 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세 배 이상인 48.6% 의 노인빈곤율은 2011년 당시를 기준으로 측정된 것이다. 2007년에는 45%였던 노인빈곤율이 더 높아졌고, 앞으로도 더 높아질 우려가 큰 셈이다.


정치권이 앞다투어 확대하려고 하는 기초연금은 노인빈곤 해결의 종착점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게다가 지금 국가 재정 상태로는 기초연금이나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획기적으로 확대할 수도 없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보험료 상한액과 98년 이래 9%로 묶여 있는 보험료율을 올려 노후보장 수준을 높여야 한다. 무엇보다 최저임금 보장 등 노인들의 시장소득을 높이는 정책과 노인에게 적합한 유형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적기업 설립을 병행해야 한다. 노인들이 협동조합이나 소규모 기업을 만들어 자립하거나 중소기업에서 합당한 일거리를 찾는 일본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정부는 빈곤층으로 내몰리는 노인을 언제까지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