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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삼희의 환경칼럼] 어떻게 보십니까 '1/n 종량제'

바람아님 2016. 3. 1. 17:11

(출처-조선닷컴 2016.02.27 한삼희 논설위원)

신축 첨단 아파트들 '진공 흡입' 쓰레기 처리
투입구에 버리면 관리소가 봉투에 담아 일괄 집단 배출 후 수수료는 모두 똑같이
편리한 방식이지만 '감량' 인센티브 사라져

한삼희 논설위원1994년 생활 폐기물 발생량은 하루 평균 5만8200t이었다. 
쓰레기 종량제(從量制)가 시행된 1995년엔 4만7800t으로 18% 뚝 떨어졌다. 
그 뒤로 생활 폐기물은 대략 하루 5만t 선에서 유지되고 있다.

반면 재활용 쓰레기는 1994년 8900t에서 10년 뒤인 2004년에는 2만4500t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실제 소각·매립되는 쓰레기는 1994년 4만9000t이던 것이 2004년에는 2만5000t으로 줄었다. 
환경부의 종량제 성과 평가 자료는 1995~2004년 10년간 쓰레기 감소에 따른 효과를 8조원이라고 봤다. 
종량제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성공 사례다.

종량제는 주부들에게 종량제 봉투를 사서 쓰레기를 담아 버리도록 한 제도다. 
쓰레기양만큼 봉투 값 형식으로 쓰레기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이다. 
종량제 시행 전엔 쓰레기 배출량과 관계없이 재산세나 건물 면적을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수거료를 내야 했다.

그런데 최근 수도권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 종량제가 뒤뚱거리는 사례가 있다. 
서울 한강변 초고층 R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종량제 봉투를 쓰지 않고 쓰레기를 배출한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이 아파트는 작년 8월 460가구가 입주했다. 세 동(棟)을 스카이브리지로 연결한 은빛 외관의 첨단 아파트이다. 
겉으로만 봐도 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아파트다.

R 아파트엔 층마다 벽에 일반 쓰레기와 음식 쓰레기 투입구가 달려 있다. 
주민들은 현관문을 열고 나와 투입구에 쓰레기를 버리면 된다. 그러면 쓰레기는 진공 흡입 방식으로 지하 집하장에 모인다. 
일반 쓰레기는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100L 종량제 봉투에 담아 구청 쓰레기차에 넘긴다. 
음식 쓰레기는 수거 차량이 와 무게를 재 수거해간다. 처리 수수료는 전 주민에게 똑같이 '1/n' 방식으로 걷고 있다.

알아보니 용산 미군 기지 옆 초고층 S 아파트 단지도 같은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었다. 
이 아파트는 전체 처리비를 전용면적에 비례해 부담시키고 있었다. 
시스템 설치 업체에 문의했더니 이런 '진공 흡입 방식'을 도입한 아파트 단지가 전국적으로 50곳 이상 된다는 것이다. 
음식 쓰레기는 주부가 집 바깥으로 나오지 않고 주방 투입구를 통해 처리할 수 있는 단지도 있었다. 
요즘 음식 쓰레기는 가구별 RFID(무선 주파수 인식) 카드를 사용해 중량을 잰 후 투입하는 곳이 꽤 된다.

진공 흡입 방식은 주민으로선 아주 편한 시스템이다. 쓰레기봉투를 실외 집하장까지 들고 나가지 않아도 된다.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 가정이나 적게 배출하는 가정이나 같은 처리비를 내니 적게 배출하는 주민이 불만을 가질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액수 자체가 얼마 되지 않다 보니 문제를 제기하는 주민은 없다는 것이다. 
쓰레기를 수거해 가는 미화원 처지에선 어쨌든 종량제 봉투에 담긴 상태로 배출하는 것이니 문제 삼지 않는 듯했다. 
R 아파트, S 아파트를 관할하는 서울 용산구청 청소과에 문의해봤지만 그런 시스템이 있는 걸 모른다는 투였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할지 까다로운 문제다. 주민들 탓할 일은 아니다. 
주민들은 그런 시스템이 장착된 아파트에 들어가 그 시설을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주민 편의를 향상시키는 새 기술이 등장했다면 될수록 그 기술을 활용하는 쪽으로 바꿔가야 맞을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에게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도록 이끄는 인센티브가 약해지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방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면 종량제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일부 첨단 아파트에서만 이런 시스템을 채택한 걸 알게 되면 다수 국민이 맥 빠질 수도 있다. 
뭔가 토론과 지혜가 필요한 사안이다. 어떻게들 보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