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설왕설래] 우다웨이

바람아님 2016. 3. 1. 00:52
세계일보 2016.02.29. 22:03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 우리의 한자 발음으로 읽으면 무대위다. 무씨는 흔한 성이 아니다. 무씨 가문에서 가장 이름을 떨친 인물은 측천무후다. 무후의 이름은 무조(武?)다. 이연을 도와 당을 일으킨 무사확의 둘째 딸이다. 무조는 어렸을 때 이런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남장을 한 무조를 본 관상쟁이 왈, “이 아이가 여자로 태어났다면 천하를 호령할 황제가 될 텐데···.” 무사확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당 태종 이세민의 후궁으로 들어간 무조, 태종이 죽자 머리를 깎고 감업사 여승이 되지만 황위를 이은 고종의 총애를 받아 다시 궁으로 들어간다. 655년에는 황후 자리까지 차지했다. 668년에 망한 고구려. 고종의 품성이 우유부단했다고 하니 고구려 공격 뒤에는 무조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무씨 성을 가진 우다웨이 대표. 이번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헤이룽장(黑龍江)성 출신인 그는 한국어에 능통하다. 기지가 번득인다. 입담도 대단하다. 웬만한 사람은 그의 농담에 홀딱 빠진다. 10여년 전 베이징에서 본 그는 그랬다.


4박5일 동안 한국에 머무른다고 한다.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했던가. 북핵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판에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한가할 턱이 없다. 왜 이토록 오래 머무르는 걸까. 알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무엇이 궁금할까. 아마도 북핵에 대한 미래 한국의 대응일 성싶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그보다 더 궁금한 것은 우리의 핵 제조기술과 핵무장 의향이 아닐까. 핵무장론은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중난하이(中南海)에 모인 중국의 당·정·군 고위관리들은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고 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핵위협을 받는 쪽이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없으니. 고구려 침략 전 평양에 온 수나라 사자. 상대를 알고 싶어 했다. 중국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수서’ 고구려전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왕은 사자를 빈 객관에 앉혀 놓고 삼엄한 경계를 펴 눈과 귀를 막아 듣고 보지 못하도록 했다.” 왕은 고구려 평원왕이다. 지피(知彼)를 하지 못했으니 공격은 성공하기 힘들다. 수의 대군은 살수에서 대패당하고 만다. 이후 수에는 이런 말이 퍼졌다고 한다. “고구려는 세상의 끝이요, 살아 돌아갈 수 없는 곳이다.”

우 대표는 돌아가 무슨 말을 할까. 머리 좋다면 이런 말을 해야 하지 않을까. “북핵을 포기시키지 못하면 중국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강호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