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사진칼럼

일본인 사진가가 찍은 이웃 나라..'내 마음속의 한국'

바람아님 2016. 3. 27. 00:26
연합뉴스 2016.03.23. 07:01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오르내리는 구릉, 붉은 흙 위에 듬성듬성 돋아난 봄풀들, 조용히 흘러가는 강물, 두렁 없이 펼쳐진 논밭, 그 속에 자리 잡은 마을과 아름다운 민가. 사람이 자연 속에 그려 낸 멋진 풍경"(6쪽)

일본인 사진가 후지모토 다쿠미(藤本巧·67)가 1970년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작성한 기행문 일부다.

이후 46년간 60여 차례 한국을 방문한 그는 서울부터 제주도까지 구석구석을 찾아 찍었다.

부산 자갈치시장, 강릉 단오제, 경북 안동, 경남 해인사, 전북 남원, 전남 가파도까지 전국을 누볐다.

안동, 1970 [사진제공 눈빛출판사]
안동, 1970 [사진제공 눈빛출판사]
서울, 1970
서울, 1970

무아지경으로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는 그는 한국 여행 도중 "하늘, 나무, 초가지붕, 흙집 그리고 돌담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자연스럽게 일체화된 모습으로 눈앞에 펼쳐져 있다"고 느꼈고 "살아있는 아름다움에 압도된다"고도 적었다.

그가 1970~1990년대 촬영한 흑백사진 400여 장이 '내 마음 속의 한국'(눈빛)으로 엮여 나왔다.

사진에선 등에 아기를 업은 할머니, 머리에 보따리를 인 여성, 만원 시내버스에 올라탄 사람, 분주한 인부, 기타 치는 젊은이, 교복 입은 학생, 시골 상인, 촌부, 초롱초롱한 눈빛의 어린이가 보인다.

당시 주택가, 서울역, 농촌 풍경 등도 흑백사진에 담겼다.


후지모토 다쿠미는 과거에 미술평론가 석도륜으로부터 "좀 더 시야를 넓게 가지지 않으면 한국의 본질에 다가갈 수 없다"는 꾸짖음을 듣고선 고정관념을 갖고 한국을 접해 왔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책에 적었다.

그는 한국에서 작업한 4만6천여점의 필름, 디지털 사진 등을 2011년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했다.

여전히 사진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그는 일본 속의 백제문화에도 관심을 가져 도쿄의 갤러리 TOM에서 '일본 속의 백제촌'이라는 사진전을 29일부터 4월10일까지 연다고 눈빛 출판사는 전했다.

464쪽. 3만3천원.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