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작품에서 내가 읽은 작가의 의도는 “유비가 유능한 리더가 될 수 있는 비밀은 그의 쪼다 기질에 있다”는 것이었다. 인간 심리에 대해 이해할수록 ‘쪼다 유비’도 더 깊이 이해되었다. 실존에 대한 불안이 없는 사람은 목숨 걸고 지켜야 하는 신념이 필요하지 않다.
약함에 대한 불안이 없는 사람은 온몸에 용맹스러움을 장착할 필요가 없다. 억압적 타인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주변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환경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호불호 없는 상태로 살아도 무방하다. 그러니까 유비의 ‘쪼다스러움’은 성장기에 잘 기능하는 부모에 의해 양육된 사람의 특징이었다. 부모 마음에 들기 위해 본성을 억압하거나 거짓 자기를 만든 경험 없는 사람의 태도였다.
‘쪼다 유비’ 카리스마의 핵심에는 자유로움이 있었다. 그는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주변 눈치를 보지 않았고 목표를 향해 직진할 때 비겁함을 감수했다. 내면의 직관과 통찰에 곧바로 닿을 수 있을 만큼 마음 깊이 자유로운 사람이었던 듯하다.
유비의 덕목이 현대에도 유용한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사실 하나는 오늘날에도 눈치 없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산다는 점이다. 눈치껏 비위 맞춰주기를 기대하는 주변 사람은 복장이 터지겠지만.
김형경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