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 하고 남성 폭력에 희생되는 여성 이야기가 들린다. 친밀한 여성을 향해 공격성을 쏟아내는 남자의 가장 겉면에 있는 심리 작용은 당사자가 해결하지 못한 불편한 감정을 안전하고 믿을 만한 상대에게 떠넘기는 행위다. 그들은 대체로 사회적으로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온순한 얼굴 뒤편에 억압해둔 불편한 감정들을 만만한 단 한 사람에게 쏟아낸다. 더 깊은 심리 차원에서 그들은 생애 초기에 내면에서 사랑과 공격성을 통합시키지 못한 이들이다. 유아기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미워하는 대상이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사랑과 공격성을 통합시키는 심리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정서적 양육이 미흡해서 아이의 양가성이 통합되지 못하면 성인이 된 후 사랑과 분노를 번갈아 내미는 연인이 된다. 그들은 사랑할 때 헌신적인 만큼 분노를 건넬 때도 최선을 다한다.
우리 사회에서 아이 양육의 패러다임에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남성들의 폭력 사건은 쉽게 줄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일보다, 사회적 상징들을 습득시키는 일보다 선행돼야 하는 것은 그들을 정서적으로 돌보아주는 일이다.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일, 정서적으로 편안하도록 보살피는 일이다. ‘정서적 양육’ 개념이 일반상식이 될 때까지 남성 폭력은 계속 목격될 것이다. 진심이다.
김형경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