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증은 기본적으로 억압된 분노다. 그 뿌리는 대체로 오이디푸스기의 감정과 관련 있고, 그 대상은 중요한 양육자다. 서너 살짜리 아이는 해결할 수 없는 분노의 감정을 먼 곳에 있는, 아무 상관없는 대상에게 옮겨 놓는다. 억압·투사·전치 등의 방어기제가 사용된다. 또한 공포증은 자신이 상대보다 약자라는 인식 위에 서 있다. 두려운 대상에게 대항할 힘이 없기 때문에 상대가 자신을 공격한다고 느낀다. 공포증은 벌레·어두움·물건 등에 분노와 공격성을 옮겨두고 그것을 두려워함으로써 자신과 부모 모두를 위험한 감정으로부터 보호하는 아이의 생존법이다.
악플을 대하는 최상의 방법은 악플러의 증상에 대해 자비심을 갖는 것이다. 그것이 어렵다면 일면식도 없는 타인의 말을 바람처럼 흘려보내면 된다. 그것도 어렵다면 역공포증(counterphobia)이라는 생존법을 사용할 수 있다. 역공포증이란 공포심을 이겨내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공포스러운 대상이나 상황과 접촉하는 행위를 이른다. 그토록 고통 받으면서도 굳이 악플을 확인한다는 사람은 이미 역공포증이라는 전략을 사용 중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 자신도 분노를 쏟아낼 대상을 찾는 건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악플러를 미워하면서 자신의 분노에 정당함까지 확보하려는 것은 아닌지.
김형경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