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동생이라는 용어에서 가장 먼저 읽히는 심리 요소는 관음증이다. 여자 연예인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휴대하고 다니면서 틈날 때마다 꺼내 보면서 에너지를 얻는다고 말하는 남자가 많았다. 그 관음증에는 또한 롤리타 콤플렉스가 포함돼 있었다. 스스로를 ‘삼촌 팬’이라 정의하는 남자 대중은 조카보다 어린 여자 연예인만을 국민 여동생으로 삼았다. 더욱이 ‘여동생’을 향유 대상으로 삼는 남자들에게는 원가족의 감정 역동에 고착된 미성숙의 이미지가 있었다. 동시에 ‘국민’이란 수식어에는 자신의 쾌락을 집단행동으로 만듦으로써 불안감을 피해 보려는 군중심리도 있었다.
근육질의 힘센 여성은커녕 자신과 대등한 여자조차 사랑할 용기 없는 남자들이 거듭 국민 여동생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닐까 싶다. 머릿속을 스쳐 가는 국민 여동생만 해도 10명이 넘는다. 언젠가 우리나라 남자 대중이 앤젤리나 졸리 같은 이미지의 여성을 국민 여동생으로 삼는 날이 올까 상상해 본다. 웃음이 난다. 조금만 목소리 큰 여자가 나타나도 ‘센 언니’나 ‘센 캐릭터’로 분류하고 명명하는 세상에서.
김형경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