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들이 아내에게 못되게 구는 이유도 의존성 때문이다. 일상생활의 많은 요소를 배우자에게 의존해야 하는 남자들은 헌신적인 노력으로 배우자를 구한 다음 최선을 다해 아내를 사용한다. 양말 한 짝, 라면 한 그릇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기에 아내가 집을 비우기만 해도 분노한다. 의존 대상을 잃을까 두려워 다양한 방식으로 통제하기도 한다. 가계부를 일일이 검사하거나, 외출 시 어디든 동행하려 하거나, 하루에 열 번쯤 전화하거나. 심리적으로 자립된 여성도 그런 남자와 살 수 없어 이혼을 선택한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남자가 먼저 이혼을 요청하는 사례가 는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으로 들린다. 남성들도 의존성의 덫을 알아차리고 자립적 삶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싶다. 아전인수 격일지라도. 미디어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요리, 집안관리, 육아 등을 행하는 남자들을 미화하듯 방영한 의도는 애초에 여성 시청자를 위해서였겠지만 은연중 남자에게 자립적 삶에 대한 자각을 일깨운 듯하다. 가부장제에서 누리던 특권도 없는데 어깨에는 여전히 무거운 책임이 얹혀 있는 게 못마땅했을 수도 있다. 강연에서, 남자의 자립적 삶에 대해 이야기하자 한 젊은이가 물었다. “그래도 성의 문제는 혼자 해결할 수 없지 않습니까?” 욕동을 상징화하고 승화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성숙의 증표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답이 아닌 듯해 고개만 끄덕였다.
김형경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