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은 욕망을 본질적으로 영원히 충족될 수 없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생존을 전적으로 외부에 의존해야 하는 유아기에 필요로 하는 것과 충족된 것 사이에 결여된 것이 남는데, 그 결여가 무의식에 쌓여 욕망이 된다고 정의한다. 많은 이가 욕망을 채우기 위해 사랑, 명예, 지식, 물질 등 저마다 그것이라고 생각하는 대상을 추구하지만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 순간 마음속 구멍이 더 커지는 증상을 경험한다. 본질적으로 충족될 수 없다는 점과 승화적으로 표현한다고 해도 그 위력이 줄지 않는다는 데 욕망의 함정이 있다.
“욕망은 주체로부터 독립돼 있으며, 현실의 대상이 아니라 환상과 관계한다. 또한 그것은 현실적 욕구로 환원될 수 없다.” 역시 라캉의 정의다. 현실적 만족을 모르는 욕망은 환상을 향해 저 혼자 내달린다. 이해할 수 없는 힘에 이끌리듯 납득할 수 없는 행위를 이어가는 이들의 배면에서 작용하는 힘이 욕망이다. 욕망은 욕동을 결정짓는 힘이 되고, 욕동이 추체를 추동하여 내달리게 할 때는 자아의 판단력이나 초자아의 도덕성이 약화된다. 그럼에도 남자들은 욕망을 표나게 과장해서 드러내기를 즐긴다. 욕망의 존재 여부를 생물학적 생명력이나 사회적 권력과 등가로 여기는 착오적 인식 때문에 기회 있을 때마다 ‘살아 있음’을 강조하는 게 아닐까 싶다. 아직은 쓸모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노력하는 마음 뒷면에조차 주체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욕망이 자리 잡고 있을 테지만.
김형경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