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삼척동자’라는 은어가 사용된 적이 있었다. 삼척이란 ‘아는 척, 가진 척, 힘센 척’ 세 가지 거짓된 모습을 일컫는 말이었는데 하필이면 동자라는 단어와 조합된 점이 교묘했다. 남자들을 향해 그 말을 사용할 때 여자들은 얼마간 입꼬리를 비틀곤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따금 그 단어가 떠오르면 쓸쓸한 느낌이 일었다. 삼척동자가 콤플렉스의 집결체구나 싶었다. 내면에서 스스로 아는 게 없다고, 가진 게 적다고, 힘이 약하다고 느끼는 사람의 행동임에 틀림없었다. ‘마치 인양 인격(as-if personality)’이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자신의 사고와 정서에 참여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참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인격 장애”를 일컫는다.
‘삼척동자’는 가진 게 적은 사람의 태도가 아니라 안정된 자기정체성을 형성하지 못한 사람의 특성이다. 그들은 겉모습 꾸미기, 지식, 소유물 등을 동원해 자신을 정의하고자 한다. 앞서 언급한 드라마 감독의 함부로 스타일 배경에는 그의 권력이 아니라 견고한 자기정체성과 거기서 비롯되는 자존감이 있었던 셈이다.
김형경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