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심에 관한 한 여자보다 남자가 취약하다. “인천항에 배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도, “쨍 하고 해 뜰 날”을 고대하는 이도 대체로 남자다. 현실감이 있는 사람은 그런 관용구를 농담처럼 말하거나 마음속에 품은 허황한 소망에 대해 침묵한다. 환상은 현실의 어려움으로부터 마음을 위로받는 도구 정도로만 여긴다. 하지만 소망과 망상, 꿈과 환상을 가르는 미묘한 틈을 구분하지 못한 채 내면 세계와 외부 현실 사이의 틈으로 미끄러지는 이들이 있다. 공원 노숙자는 그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복권을 사는 게 아니라 현실감각이 손상돼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반복하는 셈이다.
불가능한 미래를 추구하는 것만큼 자주 어떤 남자들은 과거의 영광에 묻혀 산다. “왕년에 인천항에 배 들어왔을 때”는 개도 지폐를 물고 다녔다고 말한다. 왕년의 영광이나 미래의 대박에 취해 사는 사람의 공통점은 ‘지금 이곳’의 삶으로부터 회피한다는 점이다. 객관적 현실을 따르기보다는 마음속 환상에 이끌려 간다. 그 길을 가는 당사자는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현실감각이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고통은 가깝고 친밀한 사람들의 몫이 된다. 선거 포스터에서 웃는 후보들의 얼굴을 보며 “인천항에 배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을 짚어보는 날들이다.
김형경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