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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선거 민의를 겸허히 받아들여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민생에 둘 것"

바람아님 2016. 4. 19. 00:36
[중앙일보] 입력 2016.04.1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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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한 것과 관련, “이번 선거의 결과는 국민의 민의가 무엇이었는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 국민의 민의를 겸허히 받들어서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민생에 두고 사명감으로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마무리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지난주에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20대 국회가 경제와 민생에 매진하는 일하는 국회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정부도 새롭게 출범하는 국회와 긴밀히 협력해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청와대는 총선 다음날인 지난 14일 16년 만의 여소야대 상황과 관련, 대변인 명의로 두 줄 논평을 냈지만 박 대통령이 직접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여소야대와 집권 4년차 상황에서도 개혁 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 침체와 북한의 도발 위협을 비롯한 대내외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개혁들이 중단되지 않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이루어져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 정부와 국회, 국민이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서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또 “최근 우리 경제가 개선되는 추이를 보이고는 있지만 전반적인 경제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세계 경제가 좋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손놓고 있다가는 저성장의 소용돌이에 같이 빨려들어갈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 활성화와 구조개혁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국제 신용평가 기관들도 선거 때문에 구조개혁이 지연될 경우 우리나라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며 “특히 더 많은 일자리를 더 빨리 만들어낼 수 있는 정책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일자리 중심의 국정 운영을 강화하면서 체감도 높은 일자리 대책과 노동개혁의 현장 실천에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 5차 핵실험 준비 상황 포착”=박 대통령은 북한 문제와 관련, “UN과 미국·일본·EU등 각국의 대북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최근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5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도 포착이 되고 있다”며 “북한이 고립 회피와 체제 결속을 위해서 어떠한 돌발적 도발을 감행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이에 대한 우리 내부의 대비가 중요하다”며 “군은 북한이 언제 어디서 어떠한 도발형태로 도발을 해오더라도 단호하게 응징할 수 있는 군사대비태세를 확고하게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우리 내부 역시 안보와 남북문제에 있어서는 여야와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모두가 하나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용호 기자 novae@joongang.co.kr


[사설] 박 대통령, 패배 인정하고 쇄신 의지 밝히라

중앙일보 2016.04.18. 00:08

4·13 총선이 끝나고 나흘이 지나도록 박근혜 대통령은 침묵을 지켜왔다. 그동안 청와대가 내놓은 반응은 “유체이탈 화법의 전형”이란 비난이 쏟아진 정연국 대변인의 두 줄짜리 논평이 전부였다. 오늘 총선 이후 처음 열리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어떤 언급을 할지에 국민의 눈과 귀가 집중된 이유다.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민의는 한마디로 ‘박근혜 정부 심판’이었다. 박 대통령은 총선 전날 국무회의 석상에서까지 19대 국회의 무능을 비판하며 ‘국회 심판’을 강도 높게 요구했다. 하지만 국민의 심판을 받은 건 박 대통령과 정부였다. 새누리당이 과반 붕괴에 그치지 않고 원내 1당 자리까지 내준 점, 영남·장년층 등 콘크리트 지지층 상당수가 등을 돌린 점이 이를 입증한다. 지난 3년 박 대통령의 불통과 독주에 민심이 호된 회초리를 내리친 것이다. 청와대 일각에선 새누리당의 부실한 선거전략에 책임을 돌리려 하지만 ‘진박 마케팅’과 유승민 공천파동 등 여당의 핵심 패인들은 청와대의 공천 개입이 자초한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20대 국회에서 167석을 확보한 야 3당의 협조 없이는 어떤 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다. 또 여당은 김무성 대표가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물러난 데다 후임 지도부도 당내 분란 수습에 바빠 당분간 야당과 협상에 힘을 쓰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런 만큼 박 대통령의 어깨는 무겁다. 무엇보다 스스로 달라지지 않으면 남은 1년10개월 동안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 우려가 대단히 높다. 박 대통령이 오늘 청와대 수석회의 발언에서 반성과 쇄신을 약속하며 거듭나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총선 패배를 깨끗이 인정하고,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받들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국회와 야당만을 탓하며 밀어붙이기로 일관한 국정 스타일을 바꿔 여당과 소통하고 야당과 대화하는 타협의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해야 할 것이다. 야당 대표들과 만남을 정례화해 협치를 정착시키겠다는 다짐도 필요하다. 만약 오늘 수석회의에서 “노동개혁 법안을 꼭 처리해달라”는 식의 발언만 되풀이한다면 돌아선 민심을 되돌릴 기회는 영영 사라질 것이다.


박 대통령은 2004년 한나라당이 탄핵역풍으로 위기에 몰리자 구원투수를 자청해 당 대표를 맡았다. 이어 호화 당사를 팔고 천막 당사를 꾸린 뒤 재창당에 버금가는 개혁으로 민심에 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결과 17대 총선에서 50석도 힘들 것이란 예상을 깨고 121석을 얻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석패했을 때도 박 대통령은 한 치 망설임 없이 곧바로 승복을 선언해 국민의 박수를 받았다. 민심을 움직인 ‘아름다운 승복’은 5년 뒤 집권의 발판이 됐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이 이런 초심을 되살려 진심으로 쇄신을 약속한다면 민심은 다시 한번 힘을 실어줄 것이다. 야당도 사안에 따라 협조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될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켜 ‘선거의 여왕’에 오른 박 대통령 특유의 용기와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