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活文化/좋은 글

어느 사월의 단편(斷片)

바람아님 2016. 4. 21. 00:02

 





어느 사월의 단편(斷片) / 주응규


 
봄바람이 사르르 꽃불을 놓아 희롱하는 사월 
어느 산기슭에 두견새 우니는 소리  
꼬막손 잎새로 메아리를 굴리며
누구를 하염없이 되부르는 겐가

 
조팝나무 가녀린 가지가지마다
가슴이 하얗게 부셔나도록  
먼 그리움을 잎잎이 피운 
싸리꽃 휘늘어진 꽃떨기 덤불에
볕뉘가 살며시 손을 뻗쳐
꽃불을 받쳐 들고
옛 임을 기다리시는가 


초록빛 함빡 머금은 바람이 훑고 지나  
잿빛에 싸인 대지(大地)는 허물을 벗고
파릇파릇한 물빛이 봇물 터져
산야는 쪽빛으로 차고 넘치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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