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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장기 위 태극기' 그린 백초월 스님 독립운동 재조명

바람아님 2016. 4. 30. 00:13
경향신문 2016.04.27. 16:58

경남 함양군·고성군, 서울 은평구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사용했던 제작형식·도안과 동일한 태극기를 그린 백초월 스님(1878~1944년)의 독립운동활동 선양사업에 나섰다.

함양군과 서울 은평구는 ‘진관사 태극기’를 그린 독립운동가 백초월 스님의 선양사업 추진을 위한 실무협의에 들어갔다고 27일 밝혔다. 함양군은 오는 6월쯤에는 고성군과 서울 은평구와 업무협약을 하고 판소리 개발 주요 탐방길과 순례길 등 선양사업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선양사업의 내용은 해당 자치단체 간 협의를 통해 구체화할 계획이다.

진관사에 보관 중인 백초월 스님이 그린 태극기.    |은평구 제공
진관사에 보관 중인 백초월 스님이 그린 태극기. |은평구 제공

백초월 스님은 1878년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1891년 함양 마천 영원사에서 출가했다. 스님은 이후 1916년 함양 마천 영원사 주지로 임명된 뒤 영원사 재건 불사를 추진했다. 영원사에는 스님이 사용하던 신발 주머니 등 일부 유품이 있다. 스님은 1919년 중앙학림에 민단본부를 설립한 뒤 군자금 모금과 임시정부 송부, 혁신공보 제작, 승려독립선언서 배포 등의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스님은 비밀결사체 일심교 창설과 진관사 주석 역임, 일심교 강령 제정 등 수없이 많은 항일운동을 펼치다 1944년 독립운동 군자금 사건으로 일제에 붙잡혀 그해 청주교도소에서 옥중 순국했다.

백초월 스님 옥중 사진.     |은평구 제공
백초월 스님 옥중 사진. |은평구 제공

백초월 스님이 3·15 독립만세 운동 당시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진관사 태극기는 2009년 5월 90년만에 은평구 진관사에서 발견돼 등록문화재 제458호로 등록됐다. 진관사 태극기는 가로 89㎝, 세로 70㎝이며 태극의 지름은 32㎝다. 오랜 세월이 흘러 색이 변했고 붉은 핏빛 자국과 왼쪽 윗부분이 불에 탄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현재의 국기가 가로·세로 비율이 3대 2인 것과 달리 5대 4로 세로가 상대적으로 긴 편이다. 4괘는 임시정부가 제정한 4괘와 동일하나 현재의 태극기와는 배치 위치가 다르다. 태극 색깔은 청·적색으로 현재의 국기를 뒤집어 놓은 모양이다.


특히 태극기는 1942년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위원회가 제정한 국기의 제작형식과 도안이 동일하며 일장기 위에 덧그려 제작된 것이라 일제에 대한 저항의식과 독립운동 가치를 알려 주는 중요한 유물로 평가받고 있다.

함양군은 한국 근대사의 대표적인 승려이자 독립운동가인 백초월 스님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 선양사업의 필요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 은평구는 진관사 태극기를 발견한 후 순국 70주기 기념 학술세미나, 백초월 스님 순국추모제, 진관사 태극기 가로기 게양 사업 등을 추진해 왔다.


<김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