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트가 코미디 제작사로 이직한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대통령의 농담과 유머를 고안하는 일이었기 때문. 리트는 ‘연설문 작가(speechwriter)’보다는 ‘농담 담당 작가(joke writer)’로 더 자주 불렸다. 그런 그를 지근거리에 뒀다는 건 오바마 대통령이 국민을 ‘웃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긴, 오바마뿐만이 아니다. 역대 성공한 미국 대통령들은 모두 ‘웃기는 대통령’이었다. 지난달 열렸던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만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재치를 뽐낸 연설을 해 화제가 됐지만 이 만찬에서 대통령이 유머를 선보이는 건 100년 가까이 이어진 전통이다. 자신도 대통령 후보였던 밥 돌 전 상원의원은 2000년 『대통령의 위트』라는 책을 내고 역대 미국 대통령 순위를 유머감각을 기준으로 매기기도 했다.
1위인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두 얼굴의 이중인격자”라는 비난을 받고는 “제가 얼굴이 두 개라면 과연 지금 이 (못난) 얼굴로 여기에 나왔을까요?”라고 응수했다. 스스로를 낮추는 유머를 구사하며 고급스러운 복수의 한 방을 날린 셈이다. 자기를 낮추는 유머를 구사하는 건 오바마도 마찬가지다.
리트는 한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놀림의 대상으로 만드는 데 주저하지 않는 게 오바마 대통령의 특징”이라고 했다. 미국의 유명 코미디언 잭 베니는 “남을 희생양으로 삼는 게 아니라 자신을 도마에 올리는 게 농담의 기본”이라는 말도 남겼다.
한국에선 왜 이런 대통령을 찾기 어려울까. 링컨이나 오바마라고 웃을 일만 있어서 농담을 한 건 아닐 것이다. 링컨은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때 이런 말을 남겼다. “대통령인 나는 울면 안 되기 때문에 웃는다.” ‘웃기는 대통령’이 보고 싶다.
전수진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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