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사설] '5년 진실 공방' 초래한 한명숙 재판 僞證에 엄벌 내린 법원

바람아님 2016. 5. 22. 16:58

(출처-조선일보 2016.05.21)

서울중앙지법은 19일 한명숙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 자금을 줬다고 검찰에서 진술해놓고 법정에서 이를 뒤집어 
위증(僞證) 혐의로 기소된 건설업자 한만호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집행유예 선고가 대부분인 위증 사건에서 이례적 중형이다. 
재판부는 "한씨가 국가 전체를 소모적인 진실 공방에 빠지게 해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씨는 애초 검찰에서 한 전 총리에게 현금과 달러로 9억원을 줬다며 전달 방법까지 상세하게 진술했다. 
그러나 2010년 12월 한 전 총리의 1심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다 지어낸 얘기"라고 말을 바꿨다. 
자신이 건넨 1억원짜리 수표가 한 전 총리 여동생 전세 자금으로 쓰인 증거가 있는데도 진술을 번복했다. 이 때문에 한 전 총리에 대한 판결은 1심 무죄, 2심 유죄로 엇갈렸고 작년 8월에야 대법원이 징역 2년을 확정했다. 
위증 때문에 확정판결까지 무려 5년이 걸렸다.

위증죄로 기소된 사람이 작년에만 1688명이었다. 대부분 형사사건에서 적발된 것이다. 
'거짓말 경연장'이나 다름없다는 말을 듣는 민사사건의 위증까지 더하면 숫자는 훨씬 늘어날 것이다. 
한 해 위증죄로 기소되는 사람이 10명 안팎인 일본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다.

위증이 판치는 데는 연고주의·온정주의의 문화 탓도 있지만 걸려도 처벌이 약하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위증죄 법정형은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그러나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비율이 80% 안팎이다 보니 위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된 것이다.

위증은 사법 정의 실현을 흔드는 범죄다. 
위증으로 범죄자가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고 엉뚱한 사람이 억울하게 처벌받을 수도 있다. 
미국은 위증을 중죄(felony)로 다룬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성 추문 사건에서 탄핵 위기에 몰린 것도 위증 때문이었다. 
일본도 위증하면 벌금형 없이 3개월 이상 10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우리도 위증을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