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심판의 가장 큰 쟁점은 신속처리대상의안 등을 결정할 때 재적의원(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요하는 가중다수결을 규정한 국회법 85조가 헌법에 위배되느냐의 여부였다. 헌법 49조에 “국회는 헌법 또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돼 있어서다. 그러나 헌재의 이번 결정은 위헌 여부를 판단한 게 아니어서 국회선진화법을 둘러싼 위헌 논란이 말끔히 해소된 건 아니다.
가중다수결이 보편적인 의사결정 방식은 아니라 하더라도 민주주의 원칙에 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헌법 개정, 국회의원 제명, 대통령 탄핵소추 등의 경우에도 가중다수결이 적용된다. 헌법 49조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으면 ‘과반 출석, 과반 찬성’보다 강화된 의결 방식을 택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소위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85조는 ‘특별한 규정’에 해당한다 하겠다.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소수당의 물리력 행사와 다수당의 날치기를 막았다는 긍정적 의견이 있는 반면 소수파의 발목잡기로 원활한 국정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상반된 평가가 공존한다. 국회선진화법 시행으로 단골 해외토픽감이었던 몸싸움을 더 이상 안 보게 됐지만 19대 국회는 ‘사상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얻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갈등 해소라는 법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탓이다. 법을 만들 때 충분한 검토 없이 벼락치기로 해놓고 뒤늦게 위헌이니, 아니니 문제 삼는 것은 정치권의 무능과 무책임을 자인한 셈이다.
국회의 절차 문제를 헌재로 끌고 가 사법적 판단을 구한 자체가 비정상적이다. 국회선진화법에 문제가 많다면 국회에서 고치면 된다. 정치적으로 풀 문제를 제3자에게 판단을 묻는 건 삼권분립을 위태롭게 할 뿐 아니라 국회 권위를 무너뜨리는 자해행위에 다름 아니다. 헌재 재판관 다수는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혁입법”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럼에도 국회선진화법은 19대 국회를 통해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될 수많은 부작용을 드러냈다. 여야는 20대 국회에서 법 취지는 살리면서 효율적인 국회 운영이 가능하도록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즉각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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