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自然과 動.植物

절제미를 담은 "두잎약난초"

바람아님 2016. 6. 11. 00:11
[J플러스] 입력 2016.06.10 16:18

우리는 누군나 쉽게 갖지 못하고, 쉽게 구하지 못하는 그 특별함에 대한 소유욕구가 있다. 나 또한 사람이라 특별한 것에 대해 관심이 더 갈뿐 아니라 원한다. 설령 그것이 꽃을 렌즈에 담는 행위일지라도 그것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누구나 접할 수 없는 꽃을 렌즈에 담았을 때 마치 자신의 경기에서 승자라도 된듯 우쭐한 마음을 갖기도 한다. 

약3년전부터 찾아 다녔던 꽃이 하나 있다. 온라인 상에 그 꽃사진이 올라오면 정확한 정보도 없이 인근 산을 하루 종일 돌아다녔고, 안개 덮힌 숲 속, 허리 만큼 자란 수풀 속 오름을 마다하지 않고 헤집고 다녔다. 소유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내게경제적 이득이나 명예를 얻기 위해서는 더더욱 아닌, 누구나 만날 수 없는 그 특별함을 사진에 담기 위해서 일 뿐이다.

그 주인공은 '두잎약난초'이다. 식물에 관심없는 사람에게는 그저 풀에 불과할 수도 있는 난초이다. 하지만 식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거나, 우리 야생화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자연 속에 핀 고고한 그 자태를 한번쯤은 보고픈 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오직 제주도에서만 자생하며 개체수도 많지 않아 제주에서 식물을 한다는 이들도 못 본 사람이 많을 정도로 희소한 꽃이다.

먼저 사진을 찍고 온 지인이 알려준 숲으로 들어가니 나무 사이로 바람이 한들한들 불고 거목 밑에 뿌리 내린 작은 풀잎 위로 산을 짙게 덮고 있는 녹음. 그 틈으로 들어온 햇살이 내리며 간지름을 태운다. 짙은 갈색 부엽토 검정색 커다란 바위가 조그마한 동산을 형성하고 그 바위의 보호 아래 숨죽여 피었다 지고 있는 누런 줄기의 '두잎약난초'를 볼 수 있었다.

꽃을 피우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다한 잎은 자신의 몸에서 떨여져 나와 누렇게 말라 비틀어져 부엽토 속에 녹아 내리고  산고 끝에 피어난 꽃은 그 영양분을 빨아올려 새로운 생명을 잉태했다. 갈색 줄기에 매달려 있는 꽃은 시들었지만 그 단정함은 한때 산소 같은 여자로 불리던 배우 만큼이나 단아할 뿐 아니라 조금은 부족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도를 넘지 않는것이 절제미의 진수를 보여준다.

3년동안 찾아 다닌 그 시간이 아쉽지 않을 만큼 아름답다. 그 특별함을 렌즈에 담은 그 순간은 드디어 내가 그렇게도 원하던 '두잎약난초'를 렌즈에 담는구나 하고 기뻐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갓 피어난 '두잎약난초'를 찍고 싶은 욕구가 감사하던 나의 맘을 순식간에 밀어낸다. 아! 나 또한 어쩔수 없는 사람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