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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美·유럽 고립주의 시대' 새로운 국가전략 세워야 한다

바람아님 2016. 6. 16. 21:05

(출처-조선일보 2016.06.16)

영국의 EU(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하는 국민투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브렉시트'(Britain+Exit) 우려감이 현실감을 
더해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각종 여론조사에서 찬성 의견이 더 높게 나옴에 따라 영국의 EU 탈퇴 가능성이 
글로벌 경제를 교란하는 현실적 악재로 부각했다.

만약 영국의 EU 탈퇴안이 가결된다면 세계경제에 주는 충격파는 상당할 전망이다. 
당장 다른 EU 국가에서도 추가적인 탈퇴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 
유럽 각국이 자국(自國) 중심주의로 움츠러드는 경향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설사 EU 탈퇴안이 부결되더라도 이런 방향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 
영국의 국민투표를 계기로 통합과 단일시장을 추구하던 유럽의 공동체주의가 퇴조하고 고립주의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전을 계기로 신(新)고립주의로 불릴 만한 현상이 가시화됐다
민주당 클린턴 후보와 공화당 트럼프 후보는 정치 노선은 달라도 통상 분야에선 큰 차이가 없다. 
누가 당선되든 차기 미국 정부는 자유무역보다 보호무역 색채가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두 후보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비준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으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도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트럼프 현상'으로 불리는 트럼프의 예기치 못한 부상은 미국의 세계관(世界觀)이 근본적으로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2차대전 이후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주도 국제질서)를 가능하게 했던 미국의 개입주의가 퇴조하고 신고립주의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치겠다는 트럼프의 극단적 주장에 미국 대중이 환호하는 것은 향후 미국의 대외 관계가 
'미국 우선주의' 색채를 더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대서양 양쪽에서 등장한 자국 중심주의는 국제 질서를 바꾸는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적으로는 보호무역, 정치적으로는 고립주의가 강화될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미국 주도의 안보·통상 체제를 전제로 수립된 우리의 국가 운영 전략을 전반적으로 손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1960년대 경제개발 이후 우리는 한·미 동맹에 안보를 의존하면서 자유무역을 통해 국부(國富)를 축적하는 전략으로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앞으로 미국과 유럽이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의 색채를 강화할 경우 기존의 발전 모델은 
과거와 같이 기능하지 못할 수 있다. 
'트럼프 현상'과 '브렉시트' 이후의 글로벌 질서에 맞춰 전반적인 국가 운영 시스템을 모두가 고민해봐야 할 때가 됐다.

고립주의 시대에서 우리가 살길은 결국 경쟁력을 높이고 체질을 강화해 자생력(自生力)을 키우는 길뿐이다. 
외교·안보 전략과 정부 정책, 거시경제 운영과 산업 생태계 등 국정 전반에 걸친 개혁이 필요하다. 
취약한 부문을 손보고 부실한 분야는 보강하며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법·제도를 고쳐 강인(强靭)한 국가 체질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