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핫 이슈

[시론] 신공항, 나리타 실패를 他山之石 삼아야

바람아님 2016. 6. 17. 07:25

(출처-조선일보 2016.06.17 최종찬 前 건설교통부 장관·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최종찬 前 건설교통부 장관·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사진영남권 신공항 타당성 용역 결과 발표가 임박하면서 신공항을 유치하려는 지역 간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유치 경쟁에 일부 정치인까지 가세하면서 심각한 지역 갈등 상황이 우려된다. 
망국적인 영·호남 지역 갈등에 이어 이번엔 영남권 내에서 또 다른 지역 갈등이 걱정된다.

돌이켜 보면 대형 SOC 사업은 항상 많은 논란과 갈등을 일으켜 국가적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했다. 대형 국책 사업을 둘러싼 갈등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하나는 건설과 KTX 천성산 터널 문제에서 보듯 개발론자와 환경론자의 갈등이고 
다른 하나는 공항 등을 자기 지역에 유치하려는 지역 간 갈등이다.

천성산 이슈에선 개발이냐 환경이냐는 가치관이 충돌해 객관적인 답을 찾기 어렵다. 
반면 자기 지역 내에 유리한 SOC 사업을 유치하려는 경쟁은 어느 지역이 국가적으로 더 효율적이냐는 것을 따지는 
타당성 평가를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 가덕도냐 밀양이냐 하는 영남권 신공항의 경우 가치관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지역이 국가적으로 더 효율적이냐는 문제다. 
신공항은 전체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고 해당 지역 주민뿐 아니라 다른 지역 주민과 외국인까지 이용하게 되니 
국가적으로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큰 지역을 선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신공항의 입지 선정은 전문성 있는 기관의 
조사 결과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며, 경제적 논리로 풀어야지 정치권이 나설 일은 아니다. 지역 간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객관적이고 납득할 만한 근거도 없이 입지를 결정하면 어느 지역이 승복하겠는가?

공항 입지 선정을 위한 객관성 있는 타당성 조사는 가능하다. 공사 건설비, 이용 가능 승객 수, 연관 인프라 건설비 등 
대부분 자료의 계량화에 어려움이 없다고 본다. 그동안 정부는 신공항 입지 선정이 공정하고 납득할 수 있도록 관련 지자체와 많은 협의를 했다. 그 결과, 관련 지자체들 모두 타당성 조사가 가장 합리적이라는 점에 공감했고 객관성 있는 조사를 위해 
외국기관에 용역을 맡기기로 합의해 현재 용역이 진행 중이다.

신공항 건설은 이명박 정부 시절 지역 갈등으로 입지 선정이 취소된 이후 지금까지 미뤄왔다. 그 사이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소득 증대로 인한 관광객 증가, 저가 항공사의 등장 등으로 신공항 이용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여행 수요 증가 등에 따라 중국·일본 등 주변국의 공항 건설 경쟁이 치열하다. 일본 나리타 공항 확장이 토지 보상 문제로 
장기간 지연되면서 경쟁력을 급속히 잃은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신공항 선정에 정치권이나 시민단체는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 한 지역이 나서면 다른 지역인들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정치가 개입되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지역 간 감정만 자극하여 국력 낭비만 초래할 것이다. 
이로 인해 신공항 건설이 지연되면 어느 지역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도 이번에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신공항 입지를 선정해야 한다. 정치권을 의식해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말고 
국민경제적 입장에서 경제성 논리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국민도 이제는 정부를 믿고 차분히 용역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