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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희 칼럼] 못난이 삼총사가 되어버린 수재들

바람아님 2016. 7. 7. 07:18

(출처-조선일보 2016.07.07 강경희 경제부장)

최고 학벌·고속 출세 가도 달린 英 캐머런· 존슨· 고브 '삼총사'
똑똑한 머리 굴려 분노 선동… 잇속만 챙기려다 내리막으로
위태로운 시대 필요한 리더십 무엇인지 역설적으로 보여줘

강경희 경제부장가히 대한민국 엄마들이 부러워할 만한 엄청난 스펙이다. 명문 학교 나오고 고속 출세했다. 
그런데 이 세 남자, 그 좋은 학교에서 뭘 배웠나 싶게 온 세상을 흔들어놓고 스스로도 밑바닥 드러낸 
찌질남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등장인물 1.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유복하게 자라난 금수저다. 머리도 비상해 명문 이튼칼리지와 옥스퍼드대 졸업했다. 
34세에 의원이 됐고, 남들은 과장·부장 달기도 힘든 나이인 43세에 총리가 됐다. 
연정(聯政)을 구성해 집권했지만 지난해 총선에서 '보수당 찍어주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실시하겠다'는 공약 내걸고 단독 재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다 제 발등 찍었다. 
이민자 문제, 빈부 격차 등 국내에 산적한 문제를 엉뚱한 과녁을 띄워 올려 해결하려다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영국 언론은 캐머런을 '정책에 대한 관심이라고는 딱 선거에 유리한 만큼만 있는 정치인'이라고 평했다. 
총리직에 관심 있었지 그가 이끌어야 하는 영국에 대한 비전이 부족했기에 국민 정서를 오판했다는 것이다. 
포브스는 '브렉시트는 캐머런과 오만한 엘리트에 대한 보복'이라고 묘사했다.

#등장인물 2. '브렉시트 스타'이자 무책임한 선동가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야말로 
세계화와 EU의 대표 수혜주였다. 영국 국적을 가진 아버지는 터키계 언론인의 손자였고, 세계은행을 거쳐 브뤼셀에 있는 
EU 본부에서 일했다. 
언론인 출신의 존슨은 브뤼셀 특파원 시절 아니면 말고 식의 EU 기사를 써대면서 'EU 회의론'을 퍼뜨리는 데 앞장섰다. 
동료 언론인은 그를 '무책임한 기사를 마구 지어낸 기자'로 기억했다. 이튼칼리지, 옥스퍼드대라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음에도
엘리트 같지 않은 덥수룩한 외모와 말투로 TV에 자주 등장해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그 덕에 런던시장을 두 번 했지만 보수당 내에서는 "진지함이라고는 없어" "총리감은 아냐"라는 평판을 받았다.

#등장인물 3. '깜짝 등장'했다가 '민망 퇴장'한 인물이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이다. 
삼총사 가운데 앞서 둘은 이튼 출신, 고브 장관만 공립학교 나왔다. 그래도 얼마나 수재였던지 옥스퍼드대학에 갔다. 
동창생 캐머런 내각에서 교육부 장관, 법무부 장관을 지냈지만 총리 친구에 등 돌리고 다른 동창생 보리스 존슨과 손잡고 
'영국판 희망버스' 타고 다니면서 EU 탈퇴를 부추겼다.

명문대 동창생이자 보수당 정치인 1, 2, 3이 한배를 타고 가다 
1이 골치 아픈 서술형 문제를 'O X 문제'로 바꿔놓고 O에 정치 승부를 걸었다. 
그러자 2와 3은 손잡고 X 쪽에 걸었다. 
2+3이 승리해 2가 총리 될 판이니 뒷자리 있던 3이 벌떡 일어나 "2는 깜냥 아니다. 
내가 총리 되겠다"고 나섰다가 모조리 망신 사고 권력 축에서 멀어진 게 '브렉시트판 막장 정치극'의 개요다.

이 삼총사들에 지금 영국 언론이나 여론은 엄청난 조롱과 비난을 쏟아낸다. 
'웨스트민스터 자살 폭탄' '× 싸고 치우지도 않고 가버렸다'식의 혹평이다. 
스펙은 엘리트일지 몰라도 그 똑똑한 머리로 그들만의 리그에서 정치 게임에만 골몰한 바람에 결과적으로 자신이 몸담은 
나라를 뒷걸음질치게 하는 재앙을 낳았기 때문이다. '이민자 싫다'는 영국에서 브렉시트 후폭풍 처리에 나선 
마크 카니 영국은행 총재가 캐나다중앙은행 총재 출신의 '수입산'이라는 것도 아이러니다.

이번 브렉시트 사태는 포퓰리즘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동안 포퓰리즘은 공짜라면 덥석 받기 좋아하는, 민도 떨어지는 나라에 번지기 쉬운 전염병 정도로 여겨졌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는 이런 통념을 바꿔놨다. 
세계경제는 대공황 이후 처음 겪는 글로벌 위기의 터널을 아직 다 빠져나오지 못한 채 8년째 늪에서 허우적댄다. 
위기는 단단한 땅보다 약한 지반을 더 심하게 덮쳐 땅 이곳저곳이 움푹 패고, 심하게 질척거린다. 
선진국·신흥국 가릴 것 없이 포퓰리즘 자라기 쉬운 토양이 됐다
이럴 때 지혜롭고 헌신적인 농부는 온몸이 진흙투성이 되더라도 물 빠지기 좋게 배수로 만들고, 
심하게 팬 땅은 더 패이지 않게 땅 고르는 데 오롯이 자신을 던진다. 
온 동네 농부가 팔 걷어붙이고 정석대로 땅을 가꾸면 햇빛 날 때 풍년 날 확률도 훨씬 높아진다. 
그 농부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정치권이요, 정치 리더십이다.

하지만 브렉시트 사태에서 드러났듯 이 시기에 제일 위험한 존재란 똑똑한 머리로 제 몸에는 흙 안 묻히면서 
대중의 분노 펌프를 가동시켜 쉽게 잇속 챙기려는 잔머리 정치꾼들이다. 
각국이 취약한 토양 위에 선 이 순간 정치 리더십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타산지석이다. 
한국 사회에는 그 위험한 잔머리들이 얼마나 되는 걸까.




[고전 이야기]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출처-조선일보 2016.07.07 기획·구성=배준용 김지연 기자/ 정다운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선임연구원)

기본소득 월 300만원씩 받는 세상은 유토피아일까요?

지난달 스위스에서는 정부가 모든 성인에게 매달 2500스위스프랑(약 300만원)을 주는 '기본 소득 법안'을 두고 국민투표를 
실시했어요. 
투표가 열리기 전 법안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기본 소득 법안은 복지 유토피아(Utopia)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어요. 국민이 정부에서 돈을 받아 각자가 필요한 곳에 쓰게 되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에요. 
반면 법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기본 소득을 주는 건 허황된 유토피아"라고 말했어요. 
모든 국민에게 기본 소득을 주면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고, 세금이 줄어들면 정부가 해야 할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없게 돼 
나중에는 모두가 불행해질 것이라는 거죠. 치열한 토론 끝에 스위스 국민 76.9%는 반대표를 던졌고, 
기본 소득 법안은 실행에 옮겨지지 않고 사라졌어요.

오늘은 '유토피아'라는 단어를 최초로 제시했던 토머스 모어의 책 '유토피아'를 함께 읽어 보도록 해요. 
16세기 영국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였던 토머스 모어는 고대 그리스어 'Ou(없다)'와 'toppos(장소)'를 조합하여 
유토피아(Utopia)라는 단어를 만들어 냈어요.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유토피아는 '이 세상에 없는 곳'이라는 뜻이에요. 
하지만 '유토피아'는 그리스어로 '좋은 곳'을 뜻하는 'eu topos'와 동음이의어이기도 해요. 모어는 이 두 가지를 활용해 
'이 세상 어디에도 없지만,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상적인 세계'를 '유토피아'라는 단어로 나타낸 거지요.

1516년 토머스 모어(왼쪽 사진)가 출판한‘유토피아’에 실린 유토피아 지도(오른쪽 사진).
1516년 토머스 모어(왼쪽 사진)가 출판한‘유토피아’에 실린 유토피아 지도
(오른쪽 사진). /위키피디아·핀터레스트
모어가 책 '유토피아'를 쓰게 된 건 16세기 영국 사회가 큰 혼란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에요. 
당시 영국은 양모(羊毛) 무역을 통해 막대한 부를 벌어들였어요. 
양모값이 오르자 영국 귀족들은 자신의 땅에서 농사를 짓던 농민들을 내쫓고 그 땅에 양을 기르기 시작했답니다. 
귀족에게서 내쫓긴 농민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들었지만, 도시에는 이 사람들이 모두 일할 만한 
충분한 일자리가 없었어요.

결국 일자리를 찾지 못한 농민들이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도둑이 되는 상황도 벌어졌죠. 
영국 정부는 이들을 달래기보다 더 가혹한 형벌로 다스렸어요. 
그러자 농민과 도시 빈민들의 불만은 더더욱 커졌어요. 
양모 무역으로 영국 사회 전체는 이전보다 더 부유해졌지만, 귀족과 농민 간의 갈등은 오히려 더 커지게 된 것이에요.

모어는 책 '유토피아'를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영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세상으로 '유토피아'를 제시했어요. 
모어가 말한 '유토피아'의 모습은 어떠했을까요? 
이곳은 사유 재산이 없고 모든 사람이 돈이나 금은보화를 모으는 데 관심이 없는 세상이에요. 
모두가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밥을 먹으며 하루에 6시간만 일하고, 남은 시간은 각자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곳이에요.

하지만 이러한 세상이 정말로 모두가 행복한 곳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모어가 말한 '유토피아'에서 사람들은 개성 있는 옷을 입거나,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자유도 없어요. 
결국 유토피아는 꿈과 희망이 사라지고 절망만이 남는 '디스토피아(Dystopia)'로 변한다는 이 책에 대한 비판도 있답니다.

하지만 모어가 만들어낸 '유토피아'라는 단어는 지금까지도 "현실에는 없지만,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상적인 세계"를 
뜻하는 말로 널리 쓰이고 있어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유토피아는 어떤 곳인가요? 각자가 생각한 유토피아를 친구들과 함께 얘기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