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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의 탈북 여종업원 12인 인신보호구제 청구에 울분 터뜨린 차기환 변호사 이야기

바람아님 2016. 7. 8. 23:55

"탈북자한테 당신 목숨이냐 가족 목숨이냐를 선택하라니…"

조선pub : 2016-07-0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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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환 변호사(왼쪽 사진)와 탈북 여성 종업원들.

최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탈북 여종업원 12명에 대해 인신보호 구제심사를 청구한 것을 두고 각계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탈북자 단체들은 “민변(民辯)이 변호사의 지위를 이용해 탈북자들과 북에 남은 탈북 가족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인신보호 구제심사 제도는 특정 시설 등에 수용된 사람이 적법하게 수용됐는지를 법원이 판단하는 것으로, 주로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한 사람을 구하는 것에 활용되고 있는 제도다. 민변이 이 제도를 사상 최초로 탈북자에게 적용해 탈북 여종업원들이 북한의 주장대로 납치되었는지 혹은 본인들 뜻대로 들어왔는지 확인해 달라며 법원에 심사를 청구한 것이다.
 
민변의 탈북자를 대상으로 한 인신보호 구제심사 청구에 대해 탈북자 단체뿐 아니라 ‘자유와 통일을 향한 변호사연대’도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민변 측의 행위를 반박했다. 이 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는 차기환 변호사를 만나 민변의 이번 탈북자 인신보호 구제심사 청구 사건에 대해 들어보았다.
 
차 변호사는 자유와 통일을 향한 변호사연대에 대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지키고, 자유민주체제로 통일을 위해 노력하는 변호사 단체”라고 밝혔다. 다음은 차 변호사와 일문일답(一問一答).
 
-민변은 탈북 여종업원의 북한 내 가족으로부터 위임장을 받아서 인신보호 구제심사를 청구했다고 하는데요.
 
“유엔(UN) 인권이사회는 북한 인권조사 보고서에서 2014년 및 2015년 북한 당국에 의한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인권침해 사례를 규탄하며, 그 심각성과 규모, 본질은 21세기 어떤 국가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을 히틀러나 스탈린 체제와 같은 전체주의 국가로 분류했습니다. 이런 체제에서는 그 누구도 북한 당국의 입장에 거슬리는 의견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당국이 이미 ‘납치’라고 규정을 내렸는데, 그 가족이 당국의 의견에 반해서 뭐라고 하겠습니까.
 
따라서 이는 가족의 위임장이라기보다 북한 당국의 의임장이라고 봐야 합니다. 따라서 민변의 이번 인신보호 구제신청 행위는 표면으로는 인권을 내세우고 실지만 그 반대로 탈북민들과 북한에 남은 가족에게 심각한 생명과 신체상의 위협을 가하는 인권침해 행위라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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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20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무실 앞에서 자유통일 탈북단체협의회 등 참가자들이 민변을 규탄하고 있다. 민변은 지난 4월 8일 중국의 북한 식당에서 근무하던 여종업원 12명 등 탈북자들이 자의에 의한 탈북인지 국정원에 유인, 납치된 것인지를 밝히는 인신보호 구제심사 청구를 법원을 통해 받아냈다. /조선DB

"탈북자들의 분노 상상 초월"
 
-탈북자들의 감정도 무척 격앙되어 있다면서요.
 
“만약 탈북자들이 법정에 나와 자의(自意)에 의해 탈북했다고 하면 북한의 가족은 강제거주이전 등 혹독한 탄압을 받을 것이고, 납치당했다고 주장하면 탈북자 자신이 강제로 북송 당해야 합니다. 이는 정부가 나서서 ‘탈북자들이 스스로 왔다’고 발표하는 것과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이번 사건 후 탈북자들을 만나보니 그들이 느끼는 분노와 공포심이 상상 이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탈북자들은 목숨을 걸고 탈출한 자신들의 안전과 인권을 교묘한 법 논리를 이용해 짓밟는 것이라며, 이런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정부에도 불만이 가득한 상태였습니다. 탈북자들을 이렇게 궁지에 몰면 도대체 누구를 믿고 남한 땅에서 살아갈 수 있느냐는 것이죠.”
 
차 변호사는 “북한에서 탈북자와 그 가족들이 어떤 대접을 받는지는 이미 많은 조사와 증언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라며 “북한을 탈출했다가 강제북송되는 경우 처형되거나, 수용소로 보내지며, 일부 선전용 가치가 있으면 이를 활용하다가 결국에는 비슷한 운명을 맞는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민변의 이번 인신보호 구제청구는 탈북 여종업원들에게 당신들의 목숨을 내놓거나 가족의 목숨을 내놓으라는 무시무시한 협박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대답하면 가족이 곤란해지고, 저렇게 대답하면 자신의 신변이 난처해지는 사안에 대해 자유민주의의 법적 제도를 통해 탈북자들을 법정에 끌고 나와서 당사자의 진술을 듣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비인도적인 행위입니다.”
 
-인신보호 구제심사 제도는 정확하게 어떤 법인지요? 가족이나 제3자가 구제심사 청구를 할 수 있습니까.
 
“인신보호법상 구제청구는 ‘피수용자’는 물론이고, 그 법정대리인 가족 등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 등을 구제청구권자에 포함시켜 놓은 것은 통상적으로 이 법의 적용대상이 정신병자, 행려병자, 혹은 윤락녀같이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기 어렵거나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수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이므로 그들을 위해서입니다.
 
이 법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구제청구는 ‘피수용자’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므로 구제청구 대상자인 탈북 여종업원들이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표현하여 이를 거부할 경우 가족의 위임이 있다고 해도 이 사건을 진행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법리에 맞습니다. 법정대리인도 미성년자와 이해가 상반되는 사안에 대하여는 법정대리권이 제한된다는 것이 민법의 기본 법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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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여종업원 가족들이 북한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여종업원들이 납치되었다고 주장하는 북한TV.

 
"인신보호 구제심사는 당사자의 이익을 위한 제도"
 
-결국 탈북자들의 의사와 이익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씀이군요.
 
“맞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자의에 의한 입국’ 여부에 따라 탈북 여종업원과 북한의 가족들의 이해관계가 심각하게 대립됩니다. ‘자의에 의한 입국’이라면 북한의 가족이, ‘강제납치’라고 하면 탈북 여종업원들의 이익이 심각하게 침해되죠. 이런 사안에서 가족들의 구제청구권은 인정하지 않아야 합니다. 통상적으로는 수용시설에서 나오는 것에 ‘피수용자’ 본인과 가족들의 이해관계가 일치될 것이므로 가족을 별개의 구제청구권자로 규정하여 두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입법 당시 사용되리라고는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사안에 대해 인신보호청구를 했는데, 그것이 인도적 차원에서 인권 보호를 위한 것인지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 것입니다. 실제 탈북 여종업원들과 탈북자들이 민변의 행위에 대해 자신들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격렬하게 항의하고 있는 실정이고요.”
 
-판사가 강제로 탈북자들을 법정에 세우는 등의 절차를 진행할 수도 있는지요.
 
“인신보호법상 심판절차에 출석할 의무가 부과되는 자는 구제청구자와 수용시설의 기관장입니다. 판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피수용자’를 소환할 수는 있으나 ‘피수용자’가 거부하는 경우 강제로 구인하는 절차도 없고 과태료 부과 대상도 아닙니다. 결국 판사가 강제로 탈북자를 법정에 세울 방법은 없는 겁니다.
 
저는 탈북 여종업원들에 대하여 소환장을 발부한 판사가 전체주의적인 북한 체제 특성이나, 신분이 노출될 경우 위험에 처하게 되는 탈북자라는 특수성에 대한 별다른 사려 없이 법률의 형식 요건만 보고 출석요구서를 발부했다고 봅니다.
 
유엔 총회의 인권결의에서 보듯이 북한은 히틀러, 스탈린 체제보다 더 심각한 전체주의 체제이고, 구제청구 대상자인 탈북 여종업원들이 인신보호 구제청구 심판을 거부하고 있고, 국정원의 보호시설에 머물고 있는 것이 자의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대하여 대한변협의 인권보호관이 탈북 여종업원들을 수차 만나 확인하였으므로 판사가 굳이 탈북 여종업원들을 소환하지 않고 서면심리를 통하여 각하결정을 내리는 것이 옳았다고 봅니다”
 
차기환 변호사는 “무엇보다 탈북 여종업원들이 정부 보호시설에 머무는 것 자체가 자의에 반하는 것이 아니므로 인신보호법상의 피수용자 자격이 될 수 없고, 따라서 민변의 구제청구는 각하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신보호법상 피수용자는 ‘자유로운 의사에 반하여 보호 또는 감금되어 있는 자’를 말합니다. 탈북민들은 관련 법률에 따라 자의로 보호신청서를 작성하고 이후부터 정부의 보호를 받는 사람들이지 강제수용된 자들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미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인권보호관이 여러 차례 이들 탈북종업원을 만나 그들의 자유의사를 확인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구제청구 건은 인신보호법상 심문기일에 이들을 반드시 소환할 필요 없이 서면 심리만으로도 각하시켜야 할 사안입니다. 더구나 민변 측은 이들이 강제수용되었다는 아무런 소명자료도 없이 당사들보고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걸고 법정에 나와서 이야기하라고 하는 데, 이는 탈북자들에게 굉장히 잔인한 처사라는 것을 알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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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21일 오후 서초구 법원삼거리에서 법정을 나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채희준 변호사가 북한 식당 종업원 12명에 대한 인신보호법상 구제청구와 관련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조선DB

"지상 최악의 인권 유린국(國)의 선전에 동조하면 안돼"
 
-민변이 북한의 탈북종업원 가족들로 받았다는 위임장의 위법성은?
 
“말씀드렸듯이 탈북 여종업원 가족이 작성했다는 위임장은 가족의 위임장이라기보다는 정치적으로 북한 당국의 위임장으로 봐야 하며, 진정한 가족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해 받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체주의 정권이 이미 ‘납치’라고 정의를 내린 상황에서 그 체제의 통제를 받는 주민이 어떻게 자유로운 의사표명을 할 수 있겠습니까.”
 
차 변호사는 “민변의 이번 인신보호청구는 인권 보호를 내세우고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유엔에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인권유린 국가로 규탄한 북한의 선전에 동조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구제청구를 한 민변 변호사 스스로 ‘이들(탈북 여종업원)도 자의로 탈북했다면 가족들의 불이익은 어느 정도 예상했을 것’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이는 민변 변호사조차 탈북자들이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자의로 탈북했다고 한다면 북한에 볼모로 잡힌 가족들이 탄압을 받을 것을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전체주의 정권이 가족을 인질로 잡고 탈북 여종업원과 그 가족의 생명과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을 위협하는 행위에 민변 변호사들이 본의든 아니든 협력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 심히 유감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