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7.13 선우정 논설위원)
다층적 외교 문제를 국민 정서로 대했다가 상처만 남았다
파상적 경제 보복은 경제 논리로 버티자 극복할 수 있었다
일본 아베 총리는 큰 그릇이 아니다. 교우는 폭이 좁고, 풍모는 선이 가늘고, 생각은 치우쳐 있다.
잘나가던 아베노믹스도 벽에 부딪혔다. 그럼에도 국회 양원을 장악했다. 홀로 이뤄낸 일이 아니다.
약체 야당이 받쳐주지 않았다면 여기에 이르지 못했다.
일본의 간판 야당 민진당은 민주당이 전신이다. 7년 전 자민당을 누르고 집권에 성공해 4년 동안
일본을 이끌었다. 지금은 당세(黨勢)가 그때의 절반도 안 된다.
민주당은 두 사건 때문에 무너졌다. 2011년 일본 동북 지역을 덮친 대지진이 가장 컸다.
민주당은 두 사건 때문에 무너졌다. 2011년 일본 동북 지역을 덮친 대지진이 가장 컸다.
당시 현장을 일주일 동안 취재하면서 일본엔 정부가 없다고 느꼈다.
도시엔 물자가 넘쳐나는데 이재민들은 끼니를 걸렀다.
민주당이 무너진 다른 이유는 동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무대로 중국과 벌어진 영유권 분쟁이다.
민주당은 대지진 때 국민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 영유권 분쟁에선 국민 자존심을 무너뜨렸다.
당시 중국의 반응은 거칠었다. 반일 시위대가 중국 거리를 메웠다.
당시 중국의 반응은 거칠었다. 반일 시위대가 중국 거리를 메웠다.
폭도가 일본인을 때리고, 일제 자동차를 부수고, 일본 공장을 불태웠다.
중국에 진출한 일본 공장의 생산·판매가 순식간에 반으로 줄었다. 파산하는 기업도 생겼다.
일본 국내에도 파도가 밀려들었다. 중국 정부는 일본 자동차 수입과 산업 자원 수출을 봉쇄했다. 국영기업은 일본에 주문한
제품 수령을 거부했다. 여행객도 발길을 끊어 석 달 동안 일본 항공사 5만2000석이 취소됐다.
한국은 심정적으로 일본 편을 들지 않는다. 독도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영토 문제는 더욱 그렇다.
한국은 심정적으로 일본 편을 들지 않는다. 독도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영토 문제는 더욱 그렇다.
이때는 달랐다. 일본을 통해 중국의 민 낯을 생생하게 알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무도한 나라일까. 어느 날 갑자기 "내 땅, 내 바다"라며 달려들었다면 상종해선 안 된다.
중국은 무도한 나라일까. 어느 날 갑자기 "내 땅, 내 바다"라며 달려들었다면 상종해선 안 된다.
하지만 실상은 복잡하다. 2010년 일본 경찰이 동중국해에서 중국인 선장을 체포했다.
일본 순시선에 어선을 고의로 부딪쳤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반발했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슬그머니 선장을 석방했다.
이때 중국 어선의 충돌 동영상이 공개됐다. 국민 가슴에 불을 질렀다.
"굴욕 외교"라며 시위가 일어났다.
다원적 영유권 문제가 단선적 국민 정서에 휘둘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일본 국민이 눈감은 부분이 있다. 일본 정부가 뇌관을 먼저 건드렸다는 점이다.
하지만 당시 일본 국민이 눈감은 부분이 있다. 일본 정부가 뇌관을 먼저 건드렸다는 점이다.
중·일 어업협정은 센카쿠 해역의 어선 단속을 본국 정부에만 맡기고 있다.
중국 정부가 어선을 방치하는 건 우리도 익숙하다. 참다못한 일본이 직접 단속에 나섰다.
센카쿠에 대한 주권 의식이 발동한 것이다. 중국은 협정 위반으로 받아들였다.
어선 충돌은 이 과정에서 일어났다. 2012년 2차 분쟁 역시 일본 정부의 센카쿠 국유화가 도화선이었다.
일본 극우 세력이 섬을 사들이려고 하자 물리적 충돌을 우려한 정부가 국유화했다.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중국은 용납할 수 없는 '현상 변경'으로 받아들였다.
벼락 집권한 탓에 민주당 정권은 미숙했다. 영유권 문제를 함부로 다뤘다가 국민 자존심만 건드렸다.
벼락 집권한 탓에 민주당 정권은 미숙했다. 영유권 문제를 함부로 다뤘다가 국민 자존심만 건드렸다.
여론에 올라탄 국내 극우 세력에 휘둘렸다.
민주당의 미·중 균형 외교는 단숨에 무너졌다. 얼마 후 정권도 날아갔다.
지금 센카쿠 해역은 중·일 함선과 항공기가 수시로 교차하는 분쟁 지역으로 변해가고 있다.
중국은 44년 전 일본과 재수교할 당시 센카쿠 문제를 자손들이 해결해야 할 '미해결 보류' 과제로 남겼다.
근시안적 조치로 일본 스스로 분쟁 시점을 앞당겼다. 이래서 외교는 전문가가 해야 한다.
경제 보복은 결과적으로 일본에 약이 됐다. 일본 기업은 차츰 공장을 아세안 지역으로 옮겼다.
경제 보복은 결과적으로 일본에 약이 됐다. 일본 기업은 차츰 공장을 아세안 지역으로 옮겼다.
이때 리스크 분산이 얼마 후 중국의 저성장이 몰고 온 '차이나 쇼크'에 내성을 키웠다.
일본 자동차는 품질을 앞세워 작년 중국 시장 1위에 올랐다. 중국 관광객도 다시 밀려들었다.
수출 중단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희토류' 파동은 대단히 모범적으로 극복했다.
'원소(元素) 전략'이란 이름으로 희토류 대체 기술, 재활용 기술을 개발했다.
인도·베트남의 광산도 개척했다. 희토류 중국 의존도는 2년 만에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일본의 수요가 줄자 중국 희토류 가격이 폭락했다. 중국도 손해가 컸다.
동중국해 분쟁은 사드 문제로 중국과 갈등하는 우리에게 시사점을 준다.
동중국해 분쟁은 사드 문제로 중국과 갈등하는 우리에게 시사점을 준다.
주권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상대는 물론 우리 국민감정을 자극한다. 감정으로 부딪치면 우리 손실이 크다.
'한국의 주권'이 아니라 '한·미 동맹'을 강조해 반발을 조금이라고 분산시키는 게 현명하다.
경제적 압박은 피할 수 없다면 극복해야 한다.
일본보다 고통이 크겠지만 경제 논리로 해결할 수 있다.
중국 의존을 완화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면 한국 경제의 미래에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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