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은 헌법상 정치행위 못해일본 정부 결정 없인 방한 힘들어왕실전범, 생전 퇴위 규정 없어개정 절차 앞으로 수년 걸릴 수도고령 등 변수, 방한 쉽지 않을 듯
아키히토 일왕은 두 불상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깊은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고 한다. 도쿄 외교가에선 일왕 부부가 일반 전시가 끝난 밤에 관람한 데 대해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뜻이 담겨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지난 13일 NHK 보도로 생전에 퇴위하겠다는 의향이 공개된 아키히토 일왕은 한국과 한일 관계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2001년 12월 기자회견 때는 한국과의 혈연을 언급했다. "간무(桓武·737~806년) 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續日本記)에 쓰여 있는 데 대해 한국과의 연(緣·ゆかり)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령왕의 아들인 성명왕은 일본에 불교를 전해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국과의 교류는 이것만이 아니었다”며 "이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 3년만인 2004년 일왕의 당숙인 아사카노미야(朝香宮誠彦王)가 충남 공주시의 무령왕릉에서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그는 당시 “일본으로 돌아가면 무령왕릉을 관찰한 내용을 천왕에게 자세히 보고하겠다”며 “기증하는 향로와 향을 박물관이나 무령왕릉 등에 전시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1990년 방일한 노태우 당시 대통령한테도 일왕 가문과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 말한 바 있다.
아키히토 일왕의 한국에 대한 친근감 표시는 다양한 형태로 이뤄졌다. 2005년에는 사이판의 한국인 전몰자 위령지인 ‘한국평화기념탑’에 참배했고, 2007년에는 도쿄의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사망한 고(故)이수현씨를 소재로 한 영화도 관람했다.
지금까지 방한 의사는 여러차례 직·간접적으로 피력했다. 왕세자 때 “한국을 한번 가보고 싶다”는 뜻을 보였고, 89년 즉위 후 회견에선 “(방한) 기회가 있다면 이해와 친선관계 증진에 노력하는 의의가 있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2012년 9월에는 "언젠가 우리(일왕 부부)가 한국을 방문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여성 주간지에 보도돼 주목을 끌었다. 당시 쓰루오카 고지(鶴岡公二) 외무성 종합외교정책국장(현 영국대사)에게 "한일 우호관계가 지속되기를 바란다”며 그같이 밝혔다고 한다.
한국도 전두환 대통령 이래 역대 정상이 방일했을 때 일왕의 방한을 희망해왔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방한 여부는 일본 정부의 결정 사항이기 때문이다. 일왕은 헌법 4조에서 국정에 관한 권능을 갖지 않는 것으로 규정된 만큼 정치적인 행위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실제 아키히토 일왕은 지난달 17일 이임 인사차 예방한 유흥수 전 주일대사가 방한 문제를 얘기하자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한다. 당시 일왕은 "한일 관계가 좋다고 듣고 있어서 감사하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안부 전해달라고 했다”고 유 대사는 전했다.
아키히토 일왕의 생전 퇴위 의사가 공개되면서 방한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생전 퇴위에 관한 문제를 매듭짓는 것이 일본 정부의 우선과제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생전 퇴위의 규정이 없는 왕실전범 개정 등 절차를 감안하면 앞으로 수년은 걸릴 수도 있다. 고령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한일 관계가 아직 본격적인 개선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점도 변수다. 사안의 성격상 일본 정부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듣지 못할 일왕의 방한을 추진할 가능성은 없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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