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日本消息

[경제포커스] 일본은 중국의 통상 보복에 굴복하지 않았다

바람아님 2016. 7. 21. 00:03
조선일보 : 2016.07.20 05:51

차학봉 산업1부장
중국 정부와 언론이 사드 배치와 관련, 한국을 비판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중국의 통상 보복 조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 근거 중 하나가 일본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다. 중국은 영토 분쟁은 물론 역사 인식 문제와 관련, 일본에 협박과 보복을 서슴지 않았다. 2012년 9월 일본이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를 국유화하자 중국은 '자국 영토'라며 전투기, 함정을 보내 무력시위를 벌였다. 중국에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벌어졌고 도요타·혼다 등 일본 승용차 판매량이 반 토막 났다. 수출입 통관 절차가 지연됐고 일본을 찾으려던 중국 관광객들의 예약 취소 사태도 빚어졌다.

하지만 당시 일본 정부도, 국민도, 언론도 중국의 보복에 두려움을 드러내지 않았다. 일본 언론은 중국이 국제 질서를 무시하는 막무가내 행동을 한다는 데 초점을 둔 보도를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일본 기업 공장과 할인점에 난입해 기물을 파손했다. 반일(反日)을 핑계 삼은 폭동이었다. 이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본 기업도 있었지만, 일본에서는 센카쿠 국유화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2001~2006년 재임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는 매년 중국을 침략한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했다. 그때마다 중국은 일본 제품 불매 운동과 보복 위협을 가했다. 하지만 고이즈미는 집권 기간 내내 높은 지지율을 누렸고 국민의 박수를 받으며 정계를 은퇴했다.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2012년 9월 20일 오후 중국인 유학생 단체인 재한중국학인학자연합회가 일본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국유화 시도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선일보 DB
일본이 보복 협박에 흔들리지 않았던 것은 국가적 자존심 때문만은 아니다. 일본인들은 "한번 굴복하면 중국은 억지 요구를 수없이 되풀이했을 것이다. 중국이 국제 질서를 따르는 국가가 될 수 있도록 일본과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한다. 보복에 굴복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일본이 2014년 사드의 핵심인 X밴드 레이더를 두 번째 배치했을 때 중국은 일본의 국가명조차 거론하지 않은 채 "지역 안정을 해친다"는 형식적 비난만 했다. 일본과 중국은 갈등 속에서도 무역과 관광 교류를 끊임없이 확대해왔다. 방일(訪日) 중국인 관광객은 2012년 140만명에서 영토 분쟁 탓에 2013년 130만명까지 줄었다. 하지만 2014년 240만명, 2015년 490만명으로 증가했다. 센카쿠 국유화로 한때 반 토막 났던 일본 차의 중국 판매량도 이듬해 40만대 이상 급증했다. 중국이 무역의 틀을 깨는 정도의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없었던 것은 양국 간 교역이 '조공무역(朝貢貿易)'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대의 무역은 중국의 시혜가 아니라 양국에 모두 이익이다.

사드 배치와 관련, 중국의 일부 세력이 한국에 '통상 보복' 운운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수백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패권적 중화주의'가 중국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은 일본뿐 아니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필리핀과 베트남에 대해 관광객 통제, 바나나 수입 통제 등의 보복 조치를 남발하고 있다. 국제재판소에서 패소하자 무력시위로 대응하고 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이 우리에게 보인 모습은 일본·필리핀·베트남 등에는 너무나 익숙한 행태다. 야단난 듯 호들갑을 떨 게 아니라 일본 사례를 참고해 담대하게 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