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日本消息

'불친절한 日과학관' 그래도 사람들 발길 꾸준한 이유

바람아님 2016. 7. 18. 00:27
머니투데이 2016.07.16. 03:11

[지바과학관 가보니…'보여주는 과학관'에서 '생각하는 과학관'으로 변신 ]

“이 건물 전체가 어린이를 위해 지어졌죠.”

2007년 문을 연 지바과학관은 도심 복합쇼핑몰인 키볼(Qiball) 내부 7~10층에 위치해 있다. 이 건물 바로 아래엔 아동교류 및 아동양육지원센터 등이 설치돼 있다. 모든 공간이 어린이를 위한 지원시설로 구성돼 있다.

과학관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내부는 행성과 위성, 달, 혜성, 성운 등을 상징하는 각종 LED 불빛들로 화려하게 수놓아져 몽환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지바과학관에서 반도체 관련 원리를 설명한 전시콘텐츠를 한 어린이가 직접 만져보고 있다/사진=류준영 기자
지바과학관에서 반도체 관련 원리를 설명한 전시콘텐츠를 한 어린이가 직접 만져보고 있다/사진=류준영 기자

입구에 들어서자 70여개 가량 되는 안내책자가 눈에 들어왔다. 과학관 관계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 기반의 탐구·체험 프로그램 안내서”라고 말했다. 시의 지원이 차차 줄면서 새로운 재원마련을 위해 시작한 과학관 탐구·체험 프로그램이 이젠 과학관의 든든한 ‘캐시카우’가 됐다.

실제 사용한 로켓 엔진을 전시해 놓고 있다/사진=류준영 기자
실제 사용한 로켓 엔진을 전시해 놓고 있다/사진=류준영 기자

7층 입구부터 소프트뱅크의 로봇 ‘페퍼’가 손님을 맞았다. 관계자는 “휴모노이드(인간형 로봇)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 교육용으로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들은 이곳에 설치된 각종 로봇 모형으로 목과 어깨, 팔꿈치, 손목의 동적 범위를 측정한다. 이를 통해 인간 신체요소별 관절 움직임의 모방 정도를 알아볼 수 있다. 보다 객관적으로 로봇의 현 기술 수준을 전달하려는 지바과학관의 남다른 시도다.

‘이상한 나라’라고 표기된 8층으로 향했다. 벌집, 해바라기, 블랙홀, 눈(얼음 결정체), 거북이 등껍질 등을 기하학적으로 풀어낸 부스가 눈에 띄었다. 관계자는 “원이나 포물선 등 2차 곡선으로 각도와 길이의 대응관계를 보다 쉽게 설명하고, 비율과 원주율 등에 대한 수학적 이해를 돕기 위해 마련한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3개의 주사위가 버튼을 누를 때마다 공중에서 휙휙 돌아가도록 만든 전시물은 자기장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제작됐다.

성인 키보다 높은 대형 반구, 종이컵 전화기를 연상케하는 2대의 대형 확성기가 기나긴 케이블로 연결된 콘텐츠는 소리의 속도로 거리를 측정하는 용도로 기획된 전시품이다. 관계자는 “소리의 속도 특성을 이해시키기 위해 제작한 것”이라며 “소리가 약 340m/s의 속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관람객이 낸 소리와 전시품과의 거리를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본 전시콘텐츠의 공통된 점은 ‘설명에 인색하다’는 것. 제목과 간단한 부제가 적혀 있을 뿐 우리 과학관처럼 원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제공되지 않는다.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학생들이 3번은 와야 그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며 “직접 몸소 체험한 과학 콘텐츠의 원리는 오랜 시간 머리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주파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 포스터/사진=류준영 기자
주파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 포스터/사진=류준영 기자

9층 ‘테크노타운’에선 3kHz 대역의 전자파부터 무선 통신에 응용할 수 있는 3THz까지의 통신 주파수 발전과정, 응용제품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설치한 대형 포스터는 콘텐츠 기획·제작의 세심함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관계자는 “7층에선 지금까지 이미 완성된 과학을 주로 보여줬다면, 8층부턴 현재 진행중인 과학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초등생으로 보이는 1명의 어린이가 노트에 정리한 설계도에 맞춰 저항이 설치된 동그란 아크릴 모형을 이리저리 끼워맞추고 있었다. 그는 “스위치 회로를 구성해 오라는 학교 숙제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기술 수업을 받은 학생들이 부도체·반도체·도체의 성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온다”며 “정답을 찾기 보다는 도전해서 답을 구하는 과정을 직접 겪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모르스 부호를 조합해 부모와 대화하는 어린이의 눈빛엔 호기심 가득했다. 전업주부인 이케구치로 씨(42)는 “학교에서 아이에게 숙제를 부모님과 과학관에 함께 가 풀어오라고 해서 왔다”며 “과학관이 이젠 계몽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가족간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모르스 부호로 함께 온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는 아이/사진=류준영 기자
모르스 부호로 함께 온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는 아이/사진=류준영 기자

10층 ‘지오(GEO) 타운’에선 로켓 추진체가 눈에 띄었다. 실제로 사용된 부품을 옮겨둔 것이다.

지바과학관은 최근 들어 VR(가상현실) 기기를 통해 ‘생활속의 과학’을 전달하기 위해 공들이고 있다. 이를테면 맨홀 뚜껑 아래가 어떻게 설계돼 있고, 무엇이 있는지를 VR로 표현한다.


관계자는 “학교도 게임과 소셜미디어, 무크(MOOK, 온라인 공개강좌 서비스) 등의 최신 기술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는 데 명색이 과학관이 이 같은 변화에 둔감해선 안 될 것”이라며 “가상 세계와 실제를 아우르는 경험을 제공하는 과학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VR 기술로 맨홀뚜껑 아래를 볼 수 있도록 했다/사진=류준영 기자
VR 기술로 맨홀뚜껑 아래를 볼 수 있도록 했다/사진=류준영 기자

국내엔 자체적으로 창의적인 전시품을 연구·개발하는 기관이 없다. 과학관 내 많은 전시품들이 기존에 있던 것을 단순 응용하던 방식이다. 반면 지바과학관은 자체적으로 전시품 아이디어를 기획·제작하는 체계가 구축돼 있다. 관계자는 “과학관 직원과 대학교수, 자문 과학자, 전시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그룹이 협업해 콘텐츠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과학관은 관람객의 과학기술 지식 수준을 높이는 목표로 운영됐다. 하지만 지금은 지식이 방대해져 달성할 수 없는 목표다. 기본적인 것은 공유하고, 대중들이 스스로 배우면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때다.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은 “과학관은 이제 남들이 만들어 놓은 첨단과학기술을 수용하는 곳이 아니라, 자신이 고민해 보고 자기 손으로 직접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곳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일본)=류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