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8.15 장일현 런던 특파원)
100년 전 러시아와 터키 중간에 있는 아르메니아에서 대량 살육이 벌어졌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당시 오스만튀르크 제국(터키의 전신) 치하에 있던 기독교계 아르메니아인들은
독립을 꿈꾸며 러시아군 편에 서서 게릴라전을 펼쳤고, 이슬람의 오스만제국은 무자비하게 보복했다.
1915~1916년 사망한 아르메니아인은 최대 100만~150만명에 달했다.
독일 연방하원인 분데스탁이 지난 6월 초 이 사건을 '집단학살'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며
독일 연방하원인 분데스탁이 지난 6월 초 이 사건을 '집단학살'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며
독일과 터키 관계가 급랭(急冷)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결의안이) 양국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했다.
터키 입장에서는 독일의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터키 입장에서는 독일의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독일은 그 어느 때보다 터키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작년 중동 난민 110만명이 몰려든 독일은 지난 3월 터키가 유럽연합(EU)과 난민 송환에 합의한 덕에 유입 난민이 대폭 줄었다.
올 상반기 난민은 22만여 명에 불과했다. 메르켈 총리와 집권당 지지율도 난민 문제에 따라 폭락과 급등을 반복했다.
터키는 "이렇게 우리가 필요한데 왜 그런 일을…"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아르메니아 사건은 국제적으로 집단학살이 맞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이다.
하지만, 아르메니아 사건은 국제적으로 집단학살이 맞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이다.
프랑스·캐나다·벨기에·이탈리아 등 세계 20여 나라가 학살로 공식 인정했다.
유대인 홀로코스트라는 '원죄'를 끊임없이 반성하는 독일에 학살 사건에 대한 반대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이 때문에 분데스탁 결의안에는 1차 세계대전 때 3국동맹(독일·이탈리아·오스트리아)의 일원으로 터키와 같은 편이 돼
싸웠던 독일 자신도 학살에 책임이 있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독일은 '난민 차단'이란 현실적인 필요 때문에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를 거스를 수는 없다는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각종 견해 차이와 역행(逆行) 논란은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각종 견해 차이와 역행(逆行) 논란은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중국만 해도 최근 인권운동가와 종교 지도자, 법조계 인사들이 거의 매일 국가 전복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사상과 언론의 자유와 개인의 인권 수준이 전보다
나아졌다는 증거를 찾기는 쉽지 않다.
EU 회원국인 폴란드에서는 작년 11월 집권한 '법과 정의당(PiS)'이 헌법재판소 기능을 무력화하는 등 독재적 성격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EU는 '민주주의 훼손'을 이유로 폴란드 제재 절차에 돌입했다.
민주주의와 거리가 있는 권위주의 국가들은 주변국 또는 국제사회와 갈등을 빚거나 무리한 요구를 강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민주주의와 거리가 있는 권위주의 국가들은 주변국 또는 국제사회와 갈등을 빚거나 무리한 요구를 강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터키는 쿠데타 진압 이후 미국과 유럽, 태국, 인도네시아 등과 마찰을 빚고 있다.
중국은 안보·영토 등 각종 사안을 둘러싸고 서방 세계는 물론, 한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충돌하는 양상이다.
이는 이 국가들이 민주주의 세계가 공유하는 상식과 보편적 이상을 아직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구촌 모든 국가가 정치·경제적으로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시대에
이 권위주의 국가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문제를 풀어가야 할지가 지금 세계의 또 다른 고민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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