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016.08.31. 19:29
[지구 기온 상승 1.5도 내로 지키자] (18) 태백산 수종갱신사업.. 파괴되는 생태계
우리나라 산림면적의 80%가 넘는 숲이 매년 지구에서 사라지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지구온난화 등 급격한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숲을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31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00∼2010년 사이 세계 산림면적은 연간 521만ha씩 줄어들었다. 우리나라 산림면적(643만ha)의 81%에 달하는 숲이 매년 사라진 것이다. 국제사회는 불법 벌채를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불법 벌채는 숲과 생태계를 파괴해 지구온난화를 부채질하는 주범이다. 불법 벌채로 만들어진 목재는 정상적인 유통 과정을 거친 나무보다 낮은 가격에 세금도 제대로 물지 않아 목재 무역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2006년 세계은행 보고서를 보면 개발도상국의 불법 벌채로 발생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100억달러(약 11조원)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불법 벌채는 1998년 영국에서 열린 G8(주요 8개국)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산림행동계획’의 5개 부문 중 하나로 국제적 이슈로 떠올랐다. 유럽연합(EU)은 2013년부터 불법으로 베어진 목재류 유통을 전면 금지했다. 미국(2008년)과 호주(2014년)도 불법 벌채 목재 유통을 금지하고 있다. 에이펙(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은 2011년 ‘불법 벌채 및 관련 제품의 교역 제한에 관한 전문가 그룹’을 결성하고 불법 벌채된 목재의 유통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2012년 목재법을 통해 불법으로 벌채한 목재가 유통·이용되지 않도록 했지만 이를 어길 경우 별다른 처벌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노르웨이는 불법 벌채 금지에서 나아가 아예 자국 내 산림 벌채를 금지했다. 노르웨이 의회는 지난 5월26일 세계 최초로 자국 내에서 산림 벌채를 금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닐스 헤르만 라눔 노르웨이 열대우림재단 정책 및 캠페인 부문 대표는 “정부의 산림벌채 금지는 열대우림 보호를 위한 싸움에서 중대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태백·봉화=조병욱 기자
[지구 기온 상승 1.5도 내로 지키자] (18) 태백산 수종갱신사업.. 파괴되는 생태계
강원도 정선군과 태백시를 잇는 지방도 414호선을 따라 가다 보면 해발 1330의 만항재를 만난다.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인 이곳은 우리나라 최대 야생화 군락지로 유명하다. 태백산국립공원 지정을 한 달여 앞둔 지난달 21일 찾은 만항재에는 일월비비추, 노루오줌, 동자꽃 등 형형색색의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야생화 너머로는 어른 키의 족히 열 배는 됨 직한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바로 ‘일본잎갈나무’다. 가을이면 낙엽처럼 잎이 떨어져 ‘낙엽송’이라고도 불리는 이 나무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가 도립공원이었던 태백산을 27년 만에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면서 ‘수종갱신사업’을 한다며 이들 나무를 베고 대신 참나무와 소나무 등 국내종 나무를 심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일본잎갈나무 |
◆태백산국립공원의 11.7%에 분포한 일본잎갈나무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 4월15일 열린 국립공원위원회에서 태백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공원위원회는 국립공원 지정과 함께 “태백산에 있는 일본잎갈나무가 주목이나 소나무 같은 토종 수목과 잘 어울리지 않고 태양광을 막아 작은 나무와 초화류의 성장을 방해한다”며 수종갱신을 주문했다. 태백산은 천 년 이상 제천의식을 지낸 천제단과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가 있어 정서적으로도 일본산 나무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도 이유였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 4월15일 열린 국립공원위원회에서 태백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공원위원회는 국립공원 지정과 함께 “태백산에 있는 일본잎갈나무가 주목이나 소나무 같은 토종 수목과 잘 어울리지 않고 태양광을 막아 작은 나무와 초화류의 성장을 방해한다”며 수종갱신을 주문했다. 태백산은 천 년 이상 제천의식을 지낸 천제단과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가 있어 정서적으로도 일본산 나무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도 이유였다.
환경부는 수종갱신에 앞서 내년에 5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먼저 태백산국립공원의 식생현황을 조사할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수종갱신을 위해 벌목해야 할 면적이나 방법은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과거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수종갱신이 진행될 경우 상당수의 나무가 잘려나가야 한다. 강원 태백·정선·영월, 경북 봉화에 걸쳐 있는 태백산국립공원의 면적은 70.1㎢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면적의 11.7%에 달하는 8.2㎢(약 248만평)에 일본잎갈나무가 심어져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백두대간보호지역 생태계조사 종합보고서(2011년)를 봐도 태백산국립공원의 일부인 피재∼화방재 구간의 식생현황은 신갈나무군락이 65%, 일본잎갈나무식재림 29% 잣나무식재림 2% 등으로 태백산 내 일본잎갈나무의 분포지역이 상당히 넓다.
백두산부터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 중 남한 구간의 총 길이는 684㎞, 면적은 2634㎢인데, 여기서 일본잎갈나무가 분포하는 면적은 125㎢로 신갈나무와 소나무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비중으로만 따져도 백두대간 남한 면적의 5%에 달한다.
일본잎갈나무는 일제강점기인 1904년 일본이 강원 지역에 탄광을 개발하면서 처음 태백산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갱목용으로 ‘적송’을 마구 베어간 자리에 심어 놓았다는 것이다. 이후 1973년 제1차 치산녹화사업 당시에는 성장이 빠르다는 이유로 우리 정부가 1ha당 3000그루씩 심기도 했다. 나무가 곧고 단단해 과거에는 전신주로 쓰였고 요즘에는 목조주택의 목재로도 이용된다.
◆수종갱신, 사회적 합의 이뤄져야
최근 심각해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숲은 꼭 필요한 존재다. 원래 수종갱신은 나무를 베어 상업적으로 이용하거나 경제성이 더 높은 나무로 대체하는 상업적 관점의 일이다. 실제 관련법령도 산림청의 산림자원법에서 수종갱신의 기준을 정하고 있다. 산의 소유권과 수종, 나무의 병충해 정도 등에 따라 벌목할 수 있는 시기 등을 정한다. 하지만 생태계 다양성 보호를 위한 수종갱신의 경우 명문화된 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일부 자치단체에서 도심 가로수의 수종갱신을 무분별하게 벌이는 바람에 논란이 되자 가로수 수종갱신과 관련한 규정을 마련했다. 서울시는 2009년 2월 가로수 조성 및 관리 조례를 개정해 각 자치구가 수종갱신 계획을 세울 경우 전문가로 구성된 도시공원위원회의 심의나 자문을 받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태백산 수종갱신 논란을 계기로 정부의 수종갱신 사업 자체를 재검토해야 할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31일 “태백산 벌목 논란은 한쪽 면에서 접근하기보다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일본잎갈나무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이 나무들을 베어냈을 때 미칠 환경적 영향에 대해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대의 한 산림학 전공 교수도 “이미 넓은 면적에 잘 자라고 있는 나무를 굳이 일본산이라고 해서 베어낼 필요는 없다”며 “대규모 벌목이 이뤄지면 생태계 왜곡 현상이나 산사태 등 자연재해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 관계자는 “아직 태백산의 식생현황과 관련한 실태조사가 시작되기 전으로 벌목계획은 확정된 것이 없다”며 “내년부터 전문가 자문을 받아 생태계 복원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잎갈나무는 일제강점기인 1904년 일본이 강원 지역에 탄광을 개발하면서 처음 태백산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갱목용으로 ‘적송’을 마구 베어간 자리에 심어 놓았다는 것이다. 이후 1973년 제1차 치산녹화사업 당시에는 성장이 빠르다는 이유로 우리 정부가 1ha당 3000그루씩 심기도 했다. 나무가 곧고 단단해 과거에는 전신주로 쓰였고 요즘에는 목조주택의 목재로도 이용된다.
◆수종갱신, 사회적 합의 이뤄져야
최근 심각해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숲은 꼭 필요한 존재다. 원래 수종갱신은 나무를 베어 상업적으로 이용하거나 경제성이 더 높은 나무로 대체하는 상업적 관점의 일이다. 실제 관련법령도 산림청의 산림자원법에서 수종갱신의 기준을 정하고 있다. 산의 소유권과 수종, 나무의 병충해 정도 등에 따라 벌목할 수 있는 시기 등을 정한다. 하지만 생태계 다양성 보호를 위한 수종갱신의 경우 명문화된 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일부 자치단체에서 도심 가로수의 수종갱신을 무분별하게 벌이는 바람에 논란이 되자 가로수 수종갱신과 관련한 규정을 마련했다. 서울시는 2009년 2월 가로수 조성 및 관리 조례를 개정해 각 자치구가 수종갱신 계획을 세울 경우 전문가로 구성된 도시공원위원회의 심의나 자문을 받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태백산 수종갱신 논란을 계기로 정부의 수종갱신 사업 자체를 재검토해야 할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31일 “태백산 벌목 논란은 한쪽 면에서 접근하기보다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일본잎갈나무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이 나무들을 베어냈을 때 미칠 환경적 영향에 대해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대의 한 산림학 전공 교수도 “이미 넓은 면적에 잘 자라고 있는 나무를 굳이 일본산이라고 해서 베어낼 필요는 없다”며 “대규모 벌목이 이뤄지면 생태계 왜곡 현상이나 산사태 등 자연재해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 관계자는 “아직 태백산의 식생현황과 관련한 실태조사가 시작되기 전으로 벌목계획은 확정된 것이 없다”며 “내년부터 전문가 자문을 받아 생태계 복원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산림면적의 80%가 넘는 숲이 매년 지구에서 사라지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지구온난화 등 급격한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숲을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31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00∼2010년 사이 세계 산림면적은 연간 521만ha씩 줄어들었다. 우리나라 산림면적(643만ha)의 81%에 달하는 숲이 매년 사라진 것이다. 국제사회는 불법 벌채를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불법 벌채는 숲과 생태계를 파괴해 지구온난화를 부채질하는 주범이다. 불법 벌채로 만들어진 목재는 정상적인 유통 과정을 거친 나무보다 낮은 가격에 세금도 제대로 물지 않아 목재 무역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2006년 세계은행 보고서를 보면 개발도상국의 불법 벌채로 발생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100억달러(약 11조원)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불법 벌채는 1998년 영국에서 열린 G8(주요 8개국)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산림행동계획’의 5개 부문 중 하나로 국제적 이슈로 떠올랐다. 유럽연합(EU)은 2013년부터 불법으로 베어진 목재류 유통을 전면 금지했다. 미국(2008년)과 호주(2014년)도 불법 벌채 목재 유통을 금지하고 있다. 에이펙(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은 2011년 ‘불법 벌채 및 관련 제품의 교역 제한에 관한 전문가 그룹’을 결성하고 불법 벌채된 목재의 유통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2012년 목재법을 통해 불법으로 벌채한 목재가 유통·이용되지 않도록 했지만 이를 어길 경우 별다른 처벌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노르웨이는 불법 벌채 금지에서 나아가 아예 자국 내 산림 벌채를 금지했다. 노르웨이 의회는 지난 5월26일 세계 최초로 자국 내에서 산림 벌채를 금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닐스 헤르만 라눔 노르웨이 열대우림재단 정책 및 캠페인 부문 대표는 “정부의 산림벌채 금지는 열대우림 보호를 위한 싸움에서 중대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태백·봉화=조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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