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9.05 김은경 한국전통조경학회 상임연구원)
정약용의 숙부 정재진은 선릉(宣陵) 참봉(參奉)으로 일했다.
선릉은 성종(成宗)과 성종의 계비(繼妃) 정현왕후(貞顯王后) 윤씨의 능이다.
정약용은 숙부를 찾아 뵌 뒤에 '숙부가 재실(齋室)살이 하는 곳을 찾아가다'라는 시를 남겼다.
재실은 능을 지키던 참봉이 상주하는 곳을 말한다. 정약용은 이 시에서
'벼슬 낮아 처사로 의심이 되고/문 밖 적적하여 절간 같네/
닭죽으로 긴 해를 지탱하는데/모기장이 저녁 바람을 막아주네'라고 썼다.
조선시대 왕과 왕비의 무덤을 능(陵)이라고 했다. 그 왕릉을 지키던 이가 '능참봉'이다.
조선시대 왕과 왕비의 무덤을 능(陵)이라고 했다. 그 왕릉을 지키던 이가 '능참봉'이다.
능참봉은 조선시대 관직 중 가장 낮은 종9품에 해당했다.
능참봉은 품계는 낮았지만 왕의 무덤을 지킨다는 상징적 의미 때문에 중요한 직책으로 여겨졌다.
능참봉의 업무는 왕릉을 보호하고 제사를 지내는 일이었다.
또한 왕릉의 나무를 관리하고, 몰래 능역(陵域)의 나무를 베어 가는 불법 행위도 감시했다.
왕릉에 있는 건물들의 파손 정도를 살피고, 수리를 해야 할 경우 관리 감독을 맡기도 했다.
필자에게는 '능참봉 친구'가 있다. 그녀는 선릉에 근무하는 9급 공무원이다.
필자에게는 '능참봉 친구'가 있다. 그녀는 선릉에 근무하는 9급 공무원이다.
조경학(造景學)을 전공하고 17년간 조경 설계 회사에서 일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전통 문화재에 관심을 갖게 된 뒤
'문화재 수리 기술'을 뒤늦게 공부하기 시작했다.
'왕릉의 잔디와 나무, 그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고 살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소망이었다.
마흔 넘은 나이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그녀는 올여름에도 굵은 땀을 흘리며 무성하게 자란 풀들을 뽑았다.
자신을 '능참봉'이라고 말하는 친구 덕분에 나무가 많고 매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선릉을 자주 찾게 된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 울창한 숲으로 남은 선릉.
지금도 그곳에선 '능참봉'이 묵묵히 왕릉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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