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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지는 제주, 아열대 아테모야·애플망고가 주렁주렁

바람아님 2016. 8. 31. 23:19
[중앙일보] 입력 2016.08.30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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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일 대표의 서귀포시 농장에는 파파야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사진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29일 오전 11시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유진팜농장. 2년 전부터 시험 재배를 했고 내년 봄 첫 출하를 앞둔 파파야가 1488㎡(약 450평)의 별도 난방설비 없는 비닐하우스에서 자라고 있다. 초록빛의 덜 익은 파파야는 채소처럼 음식 재료로 사용되고 누렇게 잘 익은 파파야는 과육으로 많이 소비된다. 파파야는 제주도보다 기온이 높은 아메리카 열대 지역이 원산지여서 그동안은 비싼 난방을 별도로 하지 않으면 경제성 측면에서 재배가 사실상 어려웠다. 그러나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이제는 제주도에서 재배가 가능해졌다.

김순일 유진팜농장 대표는 “처음엔 우리 농장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고향 음식을 먹고 싶어 해 파파야를 시범 삼아 소규모로 재배했다”며 “그런데 서귀포시 해안 인근은 겨울에도 하우스 실내 온도가 영상 5~6도로 유지돼 추가 난방이 필요 없어 대규모로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농장은 전체 6만6116㎡의 부지 중 현재 1488㎡에서 파파야를 재배하지만 앞으로 시장 상황을 봐 가며 3300㎡ 이상으로 재배 면적을 늘릴 예정이다. 풍성한 수확량과 좋은 가격 때문이다. 실제로 바나나는 한 그루당 25㎏ 정도의 열매가 열리는데 파파야는 40㎏가량의 수확이 가능하다. 지난 2년간 시험 재배에서 1㎏에 약 3000원을 받았고, 올해 시세는 4500원 정도에 형성됐다. 이에 따라 1488㎡에서 18t을 수확해 8000여만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따로 난방비 등이 들지 않아 인건비 등을 빼면 매출의 70~80%가 순익이다. 최근 제주도 노지 감귤 가격이 포전거래의 경우 ㎏당 500원 이하인 것과 비교하면 파파야는 금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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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도에서 주목받는 아열대 작물인 히카마·애플망고·아티초크·아테모야(작은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에 따르면 제주도를 비롯한 한반도는 지난 100년 동안 평균 기온이 1.6도 상승했다. 이런 추세라면 2071년에는 현재 연평균 기온보다 4.6도가 오르게 된다.

제주도에서 동남아가 원산지인 애플망고 등 아열대성 작물의 재배가 활발히 이뤄지는 배경에는 따뜻해진 겨울 날씨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제주시의 경우 2011년에 15.6도였던 연평균 기온이 지난해에는 16.7도로 1.1도나 상승했다. 애플망고 농가가 몰려 있는 서귀포 는 겨울에도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애플망고 생육에 필요한 최저 기온인 영상 15도를 유지하기 위한 난방비가 다른 지역보다 덜 든다.

서귀포시 표선면 태성망고농장 김연진 대표는 “난방 기술 발달 덕분에 최근 인근의 하우스 감귤농가들이 애플망고 재배로 많이 돌아섰다”고 말했다. 제주도에선 2011년부터 과일 중 당도가 가장 높다는 아테모야도 시험 재배하고 있다. 호주와 미국이 원산지인 아테모야는 울퉁불퉁한 겉모습과 달리 당도가 25브릭스(Brix·당도 단위) 이상이다.

최근에는 아열대 채소도 주목받고 있다. 샐러드로 만들어 먹는 아티초크, 일본 오키나와 등지에서 주로 먹는 여주(쓴오이) 등이 시험 재배 중이다. 최근엔 라틴아메리카가 원산지인 히카마가 주목받고 있다. 콩과 식물인 히카마는 배·순무·마가 결합된 맛이 난다. 샐러드와 물김치로 먹을 수 있 다.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문두경 박사는 “아직은 국내산 아열대 작물이 맛과 신선도 면에서 외국에서 들어온 열대 작물보다 뛰어나다”며 “농가 소득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새로운 열대 작물의 재배도 적극 돕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