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8.29 김은경 한국전통조경학회 상임연구원/ 김도원 화백)
무더운 8월에 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다.
이맘때 길을 걷다 보면, 노란색의 자잘한 꽃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세히 보면 나비 모양을 하고 있다. 한여름 나비 모양의 노란 꽃은 회화나무 꽃이다.
회화나무는 오래 사는 키 큰 나무다. 주나라 때 궁궐 뜰에 세 그루의 회화나무가 있었다.
회화나무는 오래 사는 키 큰 나무다. 주나라 때 궁궐 뜰에 세 그루의 회화나무가 있었다.
삼공(三公)이 왕에게 조회할 때에 이 회화나무를 바라보고 섰다.
그 뒤로 정승이 있는 곳이나 정승을 가리키는 말로 괴정(槐庭), 괴당(槐堂), 괴각(槐閣)이 쓰이게 됐다.
회화나무[槐木]는 곧 정승나무로 인식됐던 것이다.
회화나무를 심어 자손이 정승이 되길 기원한 이가 있었다.
회화나무를 심어 자손이 정승이 되길 기원한 이가 있었다.
북송(北宋)의 명신인 왕호(王祜)는 덕망이 높아 정승이 될 인물로 기대됐다.
그러나 직간(直諫)을 하다가 끝내 정승이 되지 못하였다.
그는 말년에 세 그루의 회화나무를 뜰 가운데에 심으면서 "나의 후손 중에 반드시 삼공(三公)이 될 자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후 아들인 왕단(王旦)이 명재상이 됐다.
'꼽아보니 노란 회화나무 꽃 겨우 백일 남았으니/열심히 갈고 닦아 높은 재주 펴야 하리/
긴 여름에 부지런히 공부하지 않았다가/무슨 낯으로 도성에 들어오려 하느냐/
하늘이 내 청춘을 붙들어 주지 않으니/바로 지금 부지런히 공부를 해야 하네.'
조선 후기 학자 윤기(尹愭)가 쓴 '젊은이에게'라는 시 가운데 일부다.
평생 가난하게 살았던 윤기가 1773년 성균관에 입학한 직후에 남긴 작품이다.
윤기가 이 시를 보낸 대상은 처남 신이규(辛履奎)로 추정된다.
시에 등장하는 '노란 회화나무 꽃[槐黃]'은 전통적으로 과거 시험을 치르는 시기를 의미 했다.
조선시대 과거 시험인 식년시(式年試)도 가을에 초시(初試)를 보았다.
당시 16세였던 처남에게 남은 시험 준비 기간 동안 열심히 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10월부터 공무원 시험이 시작된다.
수험생들은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마지막으로 부지런히 공부해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시험 준비로 지친 많은 젊은이들에게 회화나무의 나비꽃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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