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사진칼럼

[책의 향기]“카메라는 소멸의 도구…찍을수록 우리는 사라진다”

바람아님 2016. 9. 4. 00:02

동아일보 2016-09-03 03:00:00


◇스크린의 추방자들/히토 슈타이얼 지음/김실비 옮김/296쪽·1만5000원/워크룸프레스


2016년의 일상에서 접하는 대개의 이미지는 정치적이다. 수용자의 지각에 이미지가 메시지를 심는 방법은 멈춤 없이 진화한다. 십수 년 전 읽은 메시지 독해법 책을 간혹 다시 펼쳐 넘기다 보면 스스로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읽기를 멈출 수는 없다. 이미지를 통한 메시지 주입을 책 읽기로 방어할 도리가 있을 턱이 없지만, 무엇이 어떻게 의식을 파고드는지 최소한 감지는 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 책은 몇몇 부분에서 그 촉각을 새롭게 긴장시킨다. 저자는 50세 여성. 일본계 독일인 다큐멘터리영화감독이자 스타 비주얼 아티스트로 베를린예술대 미디어아트 전공 교수다. 2일 개막한 제11회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했다. 이번에 선보인 영상작품 ‘태양의 공장’은 가상현실 속에 머무는 듯한 체험을 통해 감각적 인식의 정확도에 대해 의식하게 만든다. 저술을 통해 꾸준히 제기해 온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 놓인 주제다.

“카메라가 재현의 도구라는 믿음은 오해다. 현재 그것은 소멸의 도구다. 어떤 사람이 카메라로 빈번히 재현될수록 현실세계에서 그의 자취는 줄어든다. 방목돼 부유하는 어떤 사람의 이미지가 늘어날수록 그는 권리를 박탈당하고 퇴장당하고 실종되기 쉽다.”

스마트폰 셀피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중독자의 행동을 떠올려 보자. 그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본인 이미지를 쉼 없이 네트워크에 흩뿌린다. 지구상을 부유하며 타인의 ‘관심’을 얻고자 애쓰는 이런 이미지를 저자는 ‘이미지스팸’이라 부른다. 그러나 그에 대해 이어진 사유는 부정적이지 않다. 해석의 방향성을 강요하지 않은 담백한 분석이 시종 빼곡하다.

손택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