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6.08.30. 15:18
"날씨가 미쳤다"며 사람들이 수군거립니다. 열대야로 잠을 설치다 하루 사이에 서늘한 기운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깨기도 했습니다. 푹푹 찌던 여름날씨가 느닷없이 바뀌었습니다. 가을로 접어 들었습니다. 높아진 하늘로 양떼구름이 지나가더니 전국에서 연일 '노을쇼'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28일에는 곳곳에 쌍무지개가 장관을 이루더니 29일에는 환상적인 노을이 드리워졌습니다. 아열대 지역에서나 볼 수 있던 하늘 빛입니다.
'찍사' 본능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퇴근길 남산순환도로를 지나 잠수교로 향하던 도중에 사진을 찍기 위해 차를 몇번이나 세웠습니다. 먹구름이 드리워지나 싶더니 갑자기 붉은 노을빛이 서쪽 하늘을 적십니다. 잠수교를 지날 무렵에는 스카이라인 위로 붉은 노을 띠가 눈을 유혹합니다.
고수부지에 차를 세웠습니다. 잠수교 위에 삼각대를 세우고 노을을 찍는 데 머리 위 반포대교에서 분수가 쏟아집니다. 노을과 어우러지는 분수쇼가 장관을 이뤘습니다. 요즘 노을빛을 보면 하늘이 '위문공연'을 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여름 너무 덥게 해서 미안하다는 의미로 말입니다. 오늘도 아름다운 노을이 드리워지겠지요. 해질 녘 한강으로 나가봐야겠습니다.
사진·글=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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