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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명절) 음식 장만

바람아님 2016. 9. 18. 09:25


[일사일언] 개불 닮은 송편


(조선일보 2016.09.18 따루 살미넨·작가 겸 방송인)


따루 살미넨·작가 겸 방송인 사진꿀 같은 연휴가 끝날 때가 됐다. 
다들 사랑하는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푹 쉬다 왔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도 꽤 많은 것 같다. 
명절마다 쏟아지는 '명절증후군' 기사만 봐도 그렇다. 
젊은이들은 "결혼 언제 하냐" "취업은 어떻게 됐냐"는 어르신들의 질문 때문에, 여자들은 끝없는 
음식 준비로 지친다. 명절만 되면 가사 분담 문제로 부부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핀란드의 명절 풍경도 비슷하다. 핀란드에서 추석만큼 큰 명절이 크리스마스다. 
한국에서 크리스마스는 연인들의 날이다. 
하지만 핀란드에서는 추석이나 설날처럼 최소 사흘간 온 가족이 모여서 '명절 음식'을 먹는다. 
우리 어머니는 한 달 전부터 크리스마스 준비를 한다. 
찬장과 옷장부터 집 안 곳곳 안 보이는 구석까지 청소하고, 음식 준비를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한다. 
그런데 크리스마스이브 아침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어머니와 아버지가 다툼을 벌였다. 
아무래도 가장 많은 일을 어머니가 전담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여서 그런 것 같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는 어머니가 처음으로 상에서 빠지지 않는 전통 감자 요리를 손수 만드는 대신에 구입해서 상에 올렸다.

어머니가 직접 만든 것과 맛이 거의 흡사해서 올해도 그럴 거라고 한다. 

최근 한국에서도 추석에 시장에서 모둠 전과 송편을 구입하는 사람이 늘었다는데, 명절 음식을 손수 만드는 것도 좋지만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는 이렇게 가사 부담을 줄이는 것도 요령일 듯싶다.


나는 추석 음식 중에서 송편을 최고로  꼽는다. 

콩이나 밤 소가 들어간 송편도 좋지만 꿀맛 나는 흑설탕이 듬뿍 들어간 송편을 제일 좋아한다. 

워낙 '떡보'라서 해마다 송편을 직접 빚는다. 

초콜릿도 넣어봤고, 치즈도 넣어봤는데 맛이 의외로 괜찮았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 손재주가 없어서 그런지 내가 만든 송편은 다 개불처럼 생겼다. 

송편을 예쁘게 빚는 사람이 예쁜 딸을 낳는다는데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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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한 번에 차례상이 뚝딱… 가족 나들이할 시간 생겼네


(조선일보 2016.09.18 최수현 기자)


[달라진 명절 음식 장만 풍경]

과일·나물에 향초까지 '풀 세트'… 온라인 주문 설날보다 133% 증가
음식 장만하는 시간 확 줄어 여유, 과도한 형식에서 벗어나는 추세

결혼 10년 차인 박모(36)씨는 추석을 한 달 앞두고 시어머니가 허리 수술을 받게 됐다. 
직장에 다니는 외며느리인 그에게는 '비상 상황'이었다.

혼자서 차례상 음식 준비를 해낼 엄두가 도무지 나지 않았던 박씨는 시부모님께 "올 추석에는 음식을 주문해야겠다"고 
어렵게 말씀드렸다. '폭풍 검색' 끝에 쇠고기는 한우를 쓰고 약과와 유과는 한과 명인이 만들며 송편은 손으로 직접 빚는다는 
추석 차례상 전문 업체를 찾아내 시부모 허락을 받았다.

박씨는 "일부는 시장에서 사고 나머지는 직접 만들어볼까 생각도 했지만 결국 시간이 빠듯했다"면서 
"가사 노동의 중압감에서 벗어나고, 남는 시간에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도 다녀올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그는 "음식 맛도 생각보다 괜찮고 가격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아서 시부모님께서도 '앞으로 명절 때마다 주문해도 되겠다'며 
반겼다"고 했다.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래픽=김성규 기자

가족 규모가 줄어들고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명절 풍경도 바뀌고 있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가족 다 함께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호텔 패키지를 즐기는 젊은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전통 차례상과 명절 음식 준비도 달라지는 추세다. 특히 이번 추석엔 차례상을 통째로 구입하는 가정이 늘어났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의 경우, 차례상 완제품 주문량이 작년 추석보다 51%, 올해 설보다 133% 증가했다. 

작년 추석 땐 30대(39%)가 가장 많았지만, 올해는 50대(31%)가 가장 많았다. 60대도 22%를 차지했다. 

신선식품 배송서비스 업체인 배민프레시도 송편, 갈비찜, 나물 무침 등을 문 앞까지 배달해주는 기획전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대상FNF가 최근 주부 848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명절 음식을 일부라도 사서 마련한다'는 

응답은 50%였다. 이 중 6%는 '명절 상차림 패키지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추석이 즐겁지 않은 이유'로 '가사 부담'을 꼽는 여성 응답자는 2001년 49%, 2006년 36%, 

올해 24%로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다.

차례상 온라인 주문은 대개 명절 한 달 전쯤 주문이 마감되고 젊은 주부나 노부부가 많이 찾는다고 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팔리는 차례상 완제품은 9만~30만원대다. 음식량과 구성 등에 따라 가격은 다양하다. 

'사과 5개, 대추 300g, 쇠고기산적 3장'처럼 품목이 자세히 명시돼 있다. 

과일과 나물, 탕국은 물론 양초와 향까지 '풀 세트' 주문도 가능하다.

G마켓 박영근 신선식품팀장은 "맞춤형 차례상은 번거로움을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개별 구매보다 저렴한 경우도 많다"고 했다.

특히 올 추석엔 폭염 탓에 채소 값이 폭등해 차례상 평균 준비 비용도 증가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전통시장은 22만4211원, 대형마트는 31만7573원으로 작년보다 7~9%가량 올랐다. 

주부 김민화(52)씨는 "식구도 많지 않고 가족들이 명절 음식을 예전만큼 잘 먹지도 않아 남은 음식이 처치 곤란해지는 

경우가 많다"며 "차례상에 올릴 음식만 소량 구입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고 했다.


이처럼 명절 풍경이 바뀌는 현상은 가족 구성원 숫자가 줄어드는 인구 추이와 함께 집안 대소사의 의사 결정권을 가진 

중·장년층 부모 세대의 의식 변화에서 비롯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호선 한국노인상담센터장은 

"전통과 권위를 중시하던 기성 세대가 과도한 형식이나 의무에서 조금씩 벗어나면서 명절 문화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